우리나라도 2007년 아시아에서는 처음으로 전남 4개 지역(담양군 창평면, 장흥군 유치면, 완도군 청산도, 신안군 증도)이 슬로우 시티로 지정됐다. 경북 청송군은 2011년 국내서 9번째 슬로시티 지정을 받았다. 주왕산 권역 일대를 포함한 국내 최초의 산촌형 슬로시티다. 2017년 3월 청송군 전역이 슬로시티로 확대된다.
슬로시티 가입조건은 인구 5만 가구 미만이어야 한다. 도시와 주변 환경을 고려한 환경정책이 있어야 한다. 유기농 식품의 생산과 소비가 이뤄지고 전통음식과 문화보존 등의 조건이 충족돼야 한다.
청송군은 경북의 오지다. 전체 군 면적의 80% 이상이 산이다. 중국 진나라 주왕이 피신한 곳이라 하여 붙여진 이름의 주왕산도 있다. 태백산맥의 남단에 위치한 주왕산은 암벽으로 둘러싸인 산들이 병풍처럼 이어져 석병산(石屛山)이라고도 한다. 바위 산이 펼쳐내는 빼어난 경관 때문에 이곳은 등산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청송에는 죽기 전에 가봐야 한다는 주산지도 있다. 200년 전에 만들어진 저수지다. 울창한 수림으로 둘러싸인 저수지 위에 펼쳐진 왕버들의 모습은 천하일품이다. 영화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의 촬영지다. 사계절의 변화를 잘 포착한 이 영화로 이 일대는 2013년 국가 지정 문화재 명승 제105호로 지정된다. 지난 5월 유네스코 지정 세계지질공원으로 등재된 청송은 서울 등지에서 온 관광객들로 붐빈다고 한다. 슬로시티의 진가가 제대로 알려지기 시작한 모양이다. 기계적 삶과 공해를 떠나 찾아온 그들에게 슬로시티 청송은 청량제와 같은 곳이다.
/우정구(객원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