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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웰다잉 법`의 개시

우정구(객원논설위원)
등록일 2017-08-07 21:27 게재일 2017-08-07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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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죽음학회`라는 일반인에게는 다소 생경한 단체가 있다. 인간의 죽음과 관련한 여러 가지 문제를 탐구하는 학술단체다. 인간의 죽음을 공론화하고 잘 죽는 방법을 모색하는 것이야말로 잘 사는 방법이 된다는 생각으로 다양한 분야의 학자들이 모여 만든 모임이다. 죽음을 학문적으로 접근하는 것이 얼핏 어색해 보일 수도 있다.

그러나 인간의 죽음만큼 존엄하고 신성한 것도 없다고 보면 오히려 연구되고 장려돼야 할 영역이 아닐까 싶다. 우리가 느끼는 죽음에 대한 신비로움을 `죽음학`이란 학문에서 얼마나 심도있게 파헤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지난 4일부터 연명의료 결정법의 1차 시행이 시작됐다. 이른바 `웰다잉법`으로 불리는 이 법의 본격 시행에 앞서 호스피스 서비스 범위가 넓어진 것이다. 현재 말기 암환자에게만 허용되는 호스피스 서비스가 에이즈와 만성간경화 말기환자도 이용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웰다잉 법`은 2016년 국회를 통과하고 유예기간이 끝나는 내년 2월부터 시행에 들어간다. 우리나라도 법적으로는 존엄사가 인정되는 국가가 된다. 세계에서 9번째다. 회생 가능성이 없는 환자가 자기의 결정이나 가족의 동의로 연명치료를 받지 않을 수 있도록 국가가 허용한다. 그렇다고 존엄사를 우리 사회가 무작정 수용하지는 않을 것이다. 존엄사 논란의 주된 이유는 인간의 수명을 인간이 임의적으로 판단하는 데 있다. 회생 가능성 여부는 인간이나 과학이 판단할 부분이 아니라는 의미다. 동양적 철학에는 인명재천(人命在天)의식이 짙다. 인간의 수명은 하늘에서 결정한다고 믿고 있는 것이다. 비록 내년부터 존엄사가 법적으로 허용이 된다고는 하나 우리가 일상에서 받아들이기에는 아직 내키지 않는 영역들이 분명히 있을 것 같다.

웰다잉(well-dying)은 살아온 날을 아름답게 정리하는 평안한 삶을 뜻한다. 홀로 살다가 홀로 쓸쓸하게 맞이하는 고독사와 같은 우리사회의 어두운 면을 박차고 인생의 죽음을 잘 마무리하자는 소망의 표현이다. 법이 허용하는 존엄사의 가치에 부응하는 우리 사회의 건전한 공동체 정신이 먼저 살아나야겠다.

/우정구(객원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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