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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아진 아파트 청약 문턱 무주택 실수요자는 `방긋`

김민정기자
등록일 2017-09-25 21:00 게재일 2017-09-25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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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2 부동산 대책` 후속 주택공급규칙 개정 시행<BR>투기과열지구, 무주택 기간 길고 부양가족 많을수록 유리<BR>신혼부부나 1인가구는 미분양 물량·다주택자 급매물 추천

포항시 북구 우현동에 사는 주부 이미영(49) 씨는 결혼한 지 25년이 넘었지만 아직 `내 집`이 없다. 줄곧 전세를 전전하며 마음에 드는 분양 아파트가 나오면 청약을 해보긴 했지만 결과는 매번 시원찮았다. 최근 몇 년간은 청약 시도조차 접었다. 하지만 최근 정부의 부동산 대책 발표 이후 “지금이야말로 내 집 마련의 적기”라는 판단을 내렸다. 전세 보증금에 모아 둔 현금을 합하면 대출 부담도 적을 것으로 계산했다. 이씨는 “주변에 분양권 프리미엄까지 챙겨 되파는 사람들을 보면서 집이 필요한 사람들을 위한 대책이 마련되길 바랐는데 드디어 때를 만난 것 같다”며 “결혼 후 두 딸을 낳아 키우느라 내 집 마련을 미룰 수밖에 없었지만 이제는 적극적으로 청약에 나설 계획”이라고 말했다.

정부의 잇따른 부동산 규제로 아파트 청약문턱이 높아지면서 이씨와 같은 장기 무주택자 중장년층이 분양시장 핵심 수요자로 부상하고 있다. 청약요건과 대출규제가 대폭 강화된 가운데 높은 청약가점과 구매력을 지닌 40~50대 무주택자 수요자에겐 비교적 유리한 시장 상황이 조성된 반면 청약기간이 길지 않고 자녀수가 적은 20~30대 신혼부부나 청년층은 시장우위를 점하기 어려워졌다.

□ 투기과열지구·청약조정대상지역 청약제도 개선안
  현행 개정
1순위 통장요건 강화 수도권 1년·지방 6개월 가입기간 2년·납입횟수 24회
가점제 당첨자 재당첨 제한 없음 2년간 가점제 대상에서 제외
민영주택 예비입주자 선정방식 추첨제 가점제

□ 장기 무주택자, 청약가점 `껑충`

8·2 주택시장 안정화 방안에 따라 청약제도가 개편 시행됐다. 무주택 실수요자에게 내 집 마련 기회를 늘려주기 위해 가점제를 적용하고 청약 1순위 자격 요건도 개선됐다.

20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이날부터 서울 전역과 경기 과천시, 세종시, 대구 수성구 등 투기과열지구 내에서 분양하는 전용면적 85㎡ 이하 민영주택의 경우 모든 일반공급분에 가점제가 적용된다.

청약 가점제는 무주택 기간과 부양가족수 등을 점수로 매겨 점수가 높은 사람에게 먼저 당첨 기회를 주는 제도다. 청약조정대상지역에서는 전용 85㎡ 이하 주택에 대한 가점제 적용 비율이 40%에서 75%로 늘어나고, 85㎡ 초과 주택은 0%에서 30%로 확대됐다.

청약 1순위 요건도 강화됐다. 투기과열지구 또는 청약조정대상지역에서는 청약통장 가입 후 2년이 지나고 납입횟수가 24회 이상이거나 납입금이 청약 예치 기준 금액 이상이 돼야 1순위 자격이 주어진다. 무주택 기간이 길고 부양가족이 많을수록 새 아파트 청약에서 유리해졌다.

청약가점은 총 84점이 만점이다. △부양가족수(최고 35점) △무주택기간(최고 32점) △청약통장 가입기간(최고 17점) 순으로 비중이 높다. 만약 청약가점 74점을 받으려면 만 45세 가장이 15년간 청약통장 가입을 유지한 채 무주택자로 살면서 부양가족 4명을 거느려야 한다. 중장년층에게 절대적으로 유리한 셈법이다.

□ 청약가점제, 중장년층 무주택자 유리

투기지역 청약가점을 맞추려면 전세 또는 반전세로 거주한 무주택자면서 부양가족이 많고 청약통장 가입기간이 길어야 한다. 신규 분양시장에서 20~30대 신혼부부나 청년층이 실종되고 중장년층이 부상한 배경이다.

젊은 층 투자수요가 떠난 자리는 그동안 내 집 마련을 미뤄온 중장년층이 채우고 있다. 높은 청약통장 가점을 확보한 가운데 무리한 대출 없이도 계약금이나 중도금 마련이 가능한 40~50대 중장년층이 주요 실수요자다. 특히 건설사들이 주택도시보증공사(HUG) 분양보증 가이드라인에 맞춰 분양가를 시세보다 최대 2억원 낮은 수준으로 하향 조정하면서 무주택 중장년층 사이에서도 치열한 청약경쟁이 벌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지역 분양업계 관계자는 “전국적으로 청약가점이 높으면서 현금을 보유한 무주택자들이 실거주 목적으로 내 집 마련에 적극적으로 뛰어드는 분위기”라며 “이번 부동산 규제로 반사이익을 보게 된 중장년층 장기 무주택자는 본인 명의의 집을 가질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고 말했다.

□ 가점제 불리하면 신혼희망타운

이번 청약제도 개편으로 무주택 기간이 길지 않은 신혼부부나 1인 가구에겐 당첨 기회가 상대적으로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자녀수가 적고 대출 규제를 비롯해 여러 장애물이 산재해 있는 데다 무주택자인 부모를 부양가족에 넣어 청약 당첨률을 높이려는 중장년층이 많아 청약경쟁에서 열세(劣勢)로 분류된다. 실제로 대구지역 아파트를 분양받으려던 직장인 김모(33·남구 대잠동)씨는 8·2 대책과 후속조치 발표 이후 계획을 접었다고 했다. 결혼 3년차인 그는 “주말부부라 1순위 청약 자격을 갖추면 아내와 살림을 합칠 생각이었는데 아무래도 계획을 미뤄야 할 것 같다”며 “무주택 기간이 짧고 아직 자녀가 없어 새 아파트 당첨은 사실상 불가능해졌다”고 안타까워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미분양 물량이나 다주택자가 절세를 위해 내놓는 급매물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정부가 신혼부부를 대상으로 내놓은 분양형 공공주택인 `신혼희망타운`에 입주하는 것도 하나의 전략이다.

청약이 어려워진 실수요자라면 무자녀 신혼부부나 1인 가구를 대상으로 한 소형 아파트 평형의 오피스텔도 고려해볼 만하다. 정부는 투기과열지구와 조정대상지역에 분양되는 오피스텔의 20%를 거주자에게 우선 배당하도록 관련 규정을 손볼 예정이다.

/김민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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