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부채 종합대책 오늘 발표<B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BR>가이드라인도 나올 듯
“주택시장의 국지적 과열을 진정시키고 시장 안정을 위한 주춧돌 정도는 놓지 않았나 싶다.”
지난달 28일 국토교통부 김현미 장관은 취임 100일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그간 내놓은 주택정책을 `주춧돌`로 평가했다. 집은 `사는 것`이 아니라 `사는 곳`이라는 전제 아래 무주택자를 주택시장의 잠재적 구매자로만 바라본 시각이다.
김 장관은 8·2 부동산 대책 후 강남 재건축 시장이 과열되며 서울 아파트값 상승폭이 확대된 측면도 있지만 전체적으로 불안 조짐은 없었다고 분석했다. 정작 거주 안정성이 절실한 수요자들은 전세보증금과 월세에 소득 대부분을 쏟고 있다.
정부는 24일 가계부채 종합대책을 발표한다. 당초 8월말 발표에서 두 차례 연기됐다. 시장에 미칠 파장이 그만큼 크기 때문이다.
□신DTI 전국 적용될까
이번 가계부채 종합대책 주요 쟁점은 신DTI의 전국 확대 적용 여부다. 경제부처들은 DTI 적용 범위를 놓고 막판 실무 협의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위원회는 가계부채의 안정적 관리를 위해 DTI를 가급적 넓게 적용하자는 의견을 내놓았고 기획재정부는 지방 부동산 경기 위축 가능성을 우려하며 수도권에 국한하자는 입장이었다.
DTI(Debt to Income ratio·총부채상환비율)는 대출자의 소득 가운데 원리금 지출이 차지하는 비율을 뜻한다. 신DTI는 과도한 빚을 방지하기 위한 보호장치로 채무자의 상환능력을 엄격하게 평가한다. 지금처럼 주택담보대출 한 건당 DTI를 적용하는 게 아니라 채무자의 모든 주택대출 원리금을 합쳐 계산하는 방식이다. 예를 들면 연소득 5천만원인 사람은 연간 원리금을 2천만원(DTI 40%)까지 갚는 대출이 가능한데 만약 집을 두 채 구입하면 각각 주택담보대출 2천만원씩, 소득의 80%인 4천만원까지 대출받을 수 있다. 내년부터는 셈법이 달라진다. 신DTI를 적용하면 주택담보대출 두 건을 합산하기 때문이다. 연 2천만원을 갚는 대출을 한 건 받았다면 추가 주택담보대출은 불가능해진다.
□중장년층 대출받기 힘들어지나
신DTI는 직전 1년간 소득뿐만 아니라 미래 소득까지 반영해 대출 한도를 정한다. 현재 소득보다 장례소득이 높을 것으로 예상되는 30대 대기업 직장인은 대출 한도가 오를 가능성이 있다.
연봉 3천만원을 받는 사회초년생이 기존 DTI를 통해 주택담보대출을 받을 경우 연봉기준 3천만원을 놓고 대출한도를 설정한다. 신DTI를 적용할 경우 이 신입사원이 향후 차장, 부장에 올라 받을 연봉인 6천만원 이상을 기준으로 은행이 대출해준다. 초봉 1천800만원을 받는 신입사원의 경우 최대 대출가능액이 기존 2억원에서 5억7천만원까지 늘어날 수 있을 것으로 추산된다.
반대로 수입이 불규칙한 자영업을 비롯해 미래 소득이 불투명한 50대 중장년층의 대출 한도는 내려간다.
DTI보다 강한 여신심사 기준인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가이드라인도 가계부채 종합대책에 포함된다. 주택담보대출뿐만 아니라 마이너스통장 등 신용대출까지 포함해 원리금 상환액을 산출하는 방식으로 대출자의 대출 한도가 큰 폭으로 줄어든다.
□ 실수요자 중심 주택시장 안정화
정부의 연이은 주택정책을 두고 실효성 논란도 벌어지고 있다.
이번 가계부채 종합대책의 주요 쟁점은 부동산 투기수요를 억제하고 다주택자의 돈줄을 죄는 것이다. 하지만 가계부채의 절반 이상이 주택관련 대출이기 때문에 수요자들의 내 집 마련이 어려워지는 것은 물론 건설사들도 자금 확보가 어려워 분양시장이 얼어붙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부동산 시장이 거래 절벽으로 인해 침체기에 접어들면 거시경제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앞서 발표한 주택정책처럼 사회초년생, 신혼부부와 같은 안정적인 거주를 바라는 수요자의 기회가 봉쇄된 점은 그대로라는 지적도 제기됐다.
최근 3년간 원룸생활을 전전하고 있는 미혼 직장인 홍모(47) 씨는 “내 집 장만 꿈을 포기한 지 오래됐다”며 “전세든 월세든 거주 안정성이 확보된다면 주택소유 욕구도 줄어 집은 더이상 투기 상품이 아닌 주거수단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지역 중소기업을 명예퇴직한 시민 박모(59)씨는 “아들 둘에 막내딸까지 대학등록금에 용돈까지 대주고 어학연수까지 보내고 나니 정작 내 집 마련은 못했다”면서 “정부 주택정책이 무주택자를 위한다면서도 동시에 청약자격 요건이나 대출규제가 강화돼 가난한 무주택자에겐 무관하게 느껴진다. 자식들 시집장가 보내려면 아직 뼈 빠지게 벌어야 하는데 하루하루 어깨가 무겁다”라고 말했다.
/김민정기자 hykim@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