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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강업체들 수출장벽 피하려 해외로 눈 돌린다

김명득기자
등록일 2017-12-07 20:57 게재일 2017-12-07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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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반덤핑 제재 거세져도 한국정부 관심과 지원 받지도 못해<BR>세아제강 이어 넥스틸도 美현지공장 설립·베트남 진출도 모색
▲ 세아제강이 인수한 미국 휴스턴의 유정용강관 제조 업체 `SSUSA(SeAH Steel USA, LLC.)` 공장 내부 모습. /세아제강 제공

국내 철강업체에 대한 미국의 통상압력이 거세지고 있지만 정부의 대처가 미흡해 해당 업체들이 아예 간섭받지 않는 미국으로의 진출을 서두르고 있다.

미국으로 거의 수출하고 있는 유정용강관 업체의 경우 세아제강은 이미 미국 현지공장을 인수했고, 그동안 정부 눈치만 보고 있던 넥스틸도 더 이상 견딜수 없다며 미국 현지에 공장 설립을 검토하고 있다. 이밖에 다른 업체들도 미국행을 조심스럽게 타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강관업체들의 이 같은 잇단 미국행은 업체들이 느끼는 위기감과 절박함을 정부가 체감하지 못하고 있는데다 대처 또한 느슨하고 미온적이기 때문이다. 오죽하면 지난 11월 넥스틸 박효정 대표는 미국의 통상압력에 “기업 혼자 힘으로 해결하기는 힘들다”며 청와대와 산업통상자원부에 편지까지 써가며 호소했으나 실질적인 도움으로 돌아온 건 없었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강관업체인 넥스틸은 지난 4월 미국 상무부로부터 한국산 유정용강관(OCTG)에 대한 1차 연도(2014-2015년) 연례재심 최종 판정에서 24.92%의 덤핑마진율을 맞았다. 세아제강 2.76%, 기타 13.84%와 비교해 상대적으로 높은 수치일 뿐만 아니라 지난해 10월 예비판정 8.04%에 비해 3배나 넘었다. `설상가상`, 2차 연도(2015-2016년) 반덤핑 연례재심 예비판정에서도 무려 46.37%나 부과받았다. 사실상 기업문을 닫으라는 `폐쇄선고`나 다름없다.

◇미국측 PMS 적용은 갑질행위

상무부는 정부의 요구하는 자료를 충분하게 제출하지 않으면 피소업체에 최대한 불리하게 반덤핑·상계관세를 부과하는 `불리한가용정보(AFA)`를 적용했다. 넥스틸이 OCTG 원소재로 포스코 열연강판을 사용한 점을 근거로 들고 있다. 하지만 포스코 상계관세 부과에는 실질적인 근거가 없다. 주관적인 포스코 대응에 대한 패널티를 전가시킨 것이다. 일종의 수입국의 갑질행위다.

넥스틸측은 “포스코의 열연강판이 얼마나 또 어떤 방식으로 시장에 영향을 미쳤는지 알 수 없다. 논리적으로 맞지 않고 팩트도 없다”고 반박하고 있다.

AFA외에도 상무부가 한국산 OCTG에 대해 PMS(특정시장 상황)를 적용하면서 높은 덤핑마진율을 부과했다.

한국에 중국산 열연강판이 대거 유입돼 시장가격이 왜곡됐다는 미국 철강업체들의 주장을 상무부가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넥스틸 측은 PMS 적용과 관련, 정치적 압력이 작용했다고 주장했다. 지난 2월 상무부가 PMS 적용을 하지 않기로 했다가 3월 피터 나바로 백악관 국가무역위원회(NTC) 위원장이 PMS 적용을 주장하면서 두 달 만에 상황이 바뀌었다는 것이다.

◇넥스틸 미국행 최종판정에 영향

넥스틸은 매출 대부분이 수출, 특히 미국향이 절대적이다. 포항1·2공장 총 5개 라인 중 4개가 수출용 제품을 생산하고 있고 이를 토대로 2010년부터 꾸준히 유정용강관 대(對)미 수출량 1위를 기록하고 있다.

넥스틸은 미국 휴스턴에 미주법인을 두고 있지만 단순히 현지 고객사를 응대하는 역할에 한정돼 있어 영업이나 생산 등은 거의 진행하지 않는다. 하지만 내년 2월 2차 연도 최종 판정을 하기 이전에 미국진출 여부를 결정할 가능성이 높다. 넥스틸의 미국행이 최종 판정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세아제강은 지난해 말 미국 휴스턴에 위치한 유정용강관 제조 및 프로세싱 업체 두곳(라구나튜블라 프로덕트 코퍼레이션, OMK튜브)의 자산을 인수, `SSUSA(SeAH Steel USA, LLC.)`라는 생산법인을 설립했다.

◇국내 강관사 베트남에 눈독

국내 강관업체들이 미국 이외에 눈독을 들이고 있는 곳은 베트남이다. 미국은 유독 베트남 철강제품에 대해서는 반덤핑 관세를 부과하지 않는다.

세아제강은 올해 베트남 남부 동나이성 연짝지역에 연산 7만5천t급 강관공장을 건설 중이다. 내년 말 완공 예정이다. 세아제강은 현재 베트남에 2개의 강관공장을 갖고 있다.

세아제강이 베트남 투자를 늘리는 배경에는 현지 철강수요 증가도 있지만 미국발 보호무역주의에 대응하기 위한 차원에서 진행되는 측면이 강하다.

미국 상무부는 지난 6월 수입산 강관 반덤핑 연례재심에서 베트남 제품에 대해 0%의 마진율을 부과했다. 따라서 베트남 법인을 통해 미국발 수출 리스크에 대비하겠다는 계획으로 풀이된다.

◇미국의 통상 견제 계속될 것

지난달 세계무역기구(WTO)가 미국이 2014년 한국산 유정용강관에 부과한 반덤핑관세 조치는 WTO 협정 위반이라는 취지의 패널보고서를 공개한 것과 관련, 철강업계는 제소할 방침이다. 세아제강, 넥스틸, 현대제철, 휴스틸, 일진제강 등 5개사가 WTO에 상소키로 결정했다.

WTO가 주요 쟁점에서는 한국의 손을 들어줬지만 관계사 거래, 제3국 수출가격 불인정, 의견제출 기회 미제공 등 일부 쟁점에 대해서는 우리 측 주장을 수용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특히 관계사 거래의 경우 포스코와 넥스틸 사이를 제휴관계로 여전히 인정하고 있다. 넥스틸이 원심 9.89%에서 1차 연례재심 24.92%로 오른 것도 이 부분이 컸다는 분석이다.

미국의 철강시장 견제는 결국 중국과 한국에 맞춰져 있고, 향후 2~3년간 수출 시장에서 한국산은 위축되고 인도, 대만, 브라질 등 신흥시장의 철강재 수출이 늘어날 것으로 예측된다. 미국의 한국산 철강제품에 대한 통상 견제는 계속될 전망이다.

/김명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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