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18년 등장한 `스페인 독감`은 그야말로 공포의 도가니였다. 어디에서 어떻게 나타났는지는 정확히 알 수는 없으나 미군기지의 한 병사에게서 발병한 이 질병은 삽시간 번지기 시작했다. 불과 20개월 만에 지구촌 전역에서 수천만 명의 희생자가 발생했다. 때마침 1차 세계전쟁 중이어서 미군 병사들이 파견되는 지구촌 곳곳에는 전염성이 강한 이 질병으로 집단 사망하는 사태가 속출했다. 스페인 독감으로 희생된 사람의 숫자를 4천만~5천만 명으로 보는 것이 정설이다. 인류 역사상 최악의 재앙으로 기록되고 있다. 유럽의 인구를 3분의 1가량 줄였다는 14세기 유럽 흑사병보다 짧은 기간에 더 많은 희생자를 냈다.
우리나라에도 일제 강점기 시절 유행한 `무오년 독감`이 바로 스페인 독감이다. 우리나라에서는 700만 명 가까이 감염되고 14만 명이 희생된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제1차 세계대전으로 희생된 병사를 약 2천100만 명으로 보고 있으니 스페인 독감 때문인 재앙을 가히 짐작하고도 남는다. 스페인 독감으로 불렸던 이유는 1차 대전에 참전하지 않았던 스페인이 언론의 통제 없이 비교적 당시 독감 상황을 소상히 보도하면서 이름이 붙여졌다고 한다.
스페인 독감은 조류인플루엔자를 원인으로 본다. 초기 증세는 감기와 비슷하다. 조류인플루엔자가 식용 돼지에게 전염되고 돌연변이가 발생하여 면역이 떨어진 사람에게 전염됐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조류인플루엔자가 사람에게 전염된 사례가 없어 가볍게 보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외국에서는 사망사고가 종종 보고되고 있는 질병이다. 최근 세계보건기구(WHO)가 발표한 독감 유병률이 30%를 넘는 국가에 한국도 포함됐다. 일본 중국 미국 유럽 등 전 세계가 지금 독감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미국에서는 최근 독감으로 숨진 어린이가 37명이나 됐다. 일본은 7천500군데 학교가 독감으로 휴교에 들어갔다. 독감 가볍게 볼 병이 결코 아니다. 마스크를 착용하고 손을 자주 씻으며 귀가하면 양치질을 하는 등 위생적 생활습관으로 독감 공포에서 벗어나야 한다.
/우정구(객원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