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강공단 배출 폐기물<br/>매립하는 시설 포화상태<br/>수년째 처리비용 상승세<br/>정부·자치단체 무대책에<br/>경기불황·코로나19·원가부담<br/>기업들만 ‘삼중고’에 시달려
포항철강공단에서 산업폐기물 수천t이 방치돼온 사실이 확인되면서 대책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철강산업 특성상 산업폐기물은 꾸준히 발생할 수밖에 없는데 폐기물 매립시설은 포화상태라 수년째 처리비용 상승이 이어지고 있고, 폐기물 대란을 우려하는 산업계는 매립장 신·증설을 요구하고 있으나 정부와 지자체에서는 뾰족한 해법을 내놓지 못하고 있어 기업들만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1일 포항시 등에 따르면 최근 포항철강공단에서 도산한 A업체의 공장에서 산업폐기물 수천여t이 적발됐다.
공장에서 악취가 난다는 신고를 접수한 포항시 관계자는 현장을 확인한 결과 창고 등에서 포대에 담긴 분진 등 산업폐기물을 확인했다.
포항시는 포항남부경찰서에 수사를 의뢰했고, 경찰은 폐기물 발생 장소와 불법 배출 경위 등을 조사하고 있다.
포항철강공단 3단지에 위치한 산업폐기물 처리업체 네이처이앤티(옛 동양에코)는 매립장 잔여용량이 바닥나면서 2018년 1월부터 외부 폐기물을 받지 않고 있다. 전체 매립용량 173만㎥ 가운데 현재 잔여용량이 4만㎥에 불과해 자체에서 발생하는 폐기물만 처리하고 있는 형편이다.
포항철강공단 4단지에 위치한 에코시스템(옛 TSK그린바이로)는 전체 매립용량 319만㎥ 가운데 현재 잔여용량은 70만㎥ 가량으로 이 업체가 연간 평균 20만㎥를 매립한다고 보면 3∼4년 후면 포항지역 매립시설 잔여용량은 사라질 상황에 놓여있다.
이에 따라 포항지역 산업계는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매립시설의 용량이 한계치에 다다르고 있으나 철강업종 특성상 기업체에서 발생하는 폐기물은 줄어들지 않고 있다.
실제 포스코를 비롯해 현대제철, 세아제강 등 포항철강공단 내 300여개 업체에서 발생하는 산업폐기물은 연간 40만∼50만t에 달하고 있다. 이 가운데 가장 많은 폐기물을 배출하는 포스코는 몇 년전부터 연간 약 20만t을 경주 등 타 지역으로 보내 처리하고 있다.
폐기물 처리비용도 최근 수년 사이 크게 증가하고 있다. 불과 3∼4년 전 t당 4만∼5만원 하던 일반폐기물 매립단가는 올해 12만원 선이고, 지정폐기물은 t당 매립단가가 20만원을 넘어섰다. 처리비용이 2배에서 많게는 3배 가량 뛴 셈이다.
포항이 아닌 경주, 울산, 양산 등 타 지역으로 가게 되면 운반비용은 추가된다. 포항지역 운반비용은 t당 1만∼1만5천원 수준이나 타 지역 이동시 2만∼4만원으로 2∼3배 가량 더 든다. 고스란히 폐기물을 배출하는 기업체들의 제조원가 부담으로 작용한다.
포항지역의 한 철강업체 관계자는 “경기불황과 코로나 사태 등 불확실한 경제상황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기업들이 폐기물을 처리하지 못해 삼중고를 겪고 있는 실정”이라며 “지금이라도 정부나 지자체가 매립장 신·증설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포항철강공단 내 산업폐기물 처리업체 2곳이 매립장 증설을 추진 중이지만 인근 주민들의 거센 반발로 사업추진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폐기물매립사업은 사업특성상 인허가가 까다롭고 증설도 쉽지 않은데다 ‘기피업종’이라 주민민원 등 저해요인이 많고 일각에서는 특혜사업으로 치부하는 경향이 있어 지자체 차원에서 근원적 해결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근 환경부가 폐기물 발생지 책임 원칙 등 담긴 ‘자원순환 정책 대전환 계획’ 발표했고, 국회에서도 산업폐기물 매립시설의 영업구역과 지역간 이동 제한을 골자로 하는 입법 발의가 이어지는 상황을 감안하면 포항지역 철강산업은 폐기물을 처리하지 못해 가동을 중단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포항철강관리공단 관계자는 “폐기물처리시설은 산업활동에 필수적인 기반시설로 기업체 증가와 함께 처리시설 인프라도 확충돼야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면서 “민원을 이유로 지역내 폐기물처리시설이 조성되지 못한다면 결국 지역내 폐기물 대란은 불 보듯 뻔하고 경쟁력을 상실한 기업들은 포항을 떠날 수 밖에 없을 것이다”고 우려했다.
/박동혁기자 phil@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