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치돼 숨진 구미 3세 여아 사망 미스터리<br/>작년 8월 이사 나가기 전 20대 엄마는 아이 사진까지 촬영<br/>집주인 연락으로 윗층 찾은 외할머니 6개월만에 아이 발견 <br/>이웃 주민들, 울음소리 못 듣거나 무시됐을 가능성도 높아
지난 10일 구미시 상모사곡동 한 원룸 건물에서 3살된 여자 아이가 숨진 채 발견된 사건에 대한 여러 의혹들이 풀리지 않고 있다.
당시 이 원룸 건물에 살고 있던 3살된 여아의 외할머니는 ‘방 계약기간이 다 됐는데 딸과 연락이 되지 않느다. 방을 비워달라’는 집주인의 연락을 받고 윗층 집을 찾았다가 숨진 외손녀를 발견해 경찰에 신고했다.
원룸 방에는 아무런 집기가 없었고 아이 혼자 숨져 있었다. 부패가 상당히 진행돼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였다. 최근 경찰과 연락이 닿은 친부는 숨진 여아와의 유전자 검사를 의뢰한 상태다.
경찰조사결에 따르면 친부는 오래전 이혼하고 집을 나간 상태였고, 20대 엄마 A씨는 6개월 전인 지난해 8월 이사를 갔다. 또 A씨는 이사를 가기 전 원룸에 혼자 남겨놓은 아이의 사진을 촬영했다. 경찰은 A씨의 휴대전화에 남아 있는 사진을 확인한 결과 지난해 8월 초 아이의 사진을 찍었고, A씨가 이사가기 전 마지막 모습을 촬영한 것으로 보고 있다.
A씨가 아이의 마지막 모습을 사진을 찍었다는 것은 그때까지 아이가 살아있었다는 것인데, 왜 살아있는 자신의 아이를 방치해 죽음에 이르게 했는지, 자신이 살던 바로 아래층에 부모가 살고 있었는데도 방치된 이유는 무엇인지, 또 아이가 살아있었다면 정말 아무도 몰랐을지 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아래층에 A씨의 부모가 살고 있었지만, 이들 또한 직장생활로 아침일찍 출근해 저녁늦게 집에 귀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이유로 A씨 부모 역시 인근 주민들과 왕래가 거의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사건이 발생한 상모사곡동 원룸이 위치한 곳은 2000년대 초반에 형성된 원룸촌으로 현재는 공실이 대부분이다. 원룸 관리업체 관계자에 따르면 상모사곡동 원룸의 공실은 70%에 가깝다. 이웃 주민들이 아이의 울음소리를 듣지 못했거나 무시됐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추측된다.
하지만, 이번 사건으로 인한 의문들이 온갖 추측과 거짓 소문들로 재생산되면서 피해자들에게 또다른 상처가 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구미경찰서 관계자는 “아직 수사중인 사건에 대해 정확하지도 않은 내용이 유포되면서 피해자 가족들에게 더 큰 상처를 주고 있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면서 “이번 사건과 직접적인 관계가 없는 사적인 부분들까지 마구잡이로 들춰내는 행위를 중단해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정확한 사망 원인을 규명하기 위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부검을 요청했으며, 그 결과는 18∼21일께 나올 예정이다”고 말했다.
한편, 구미시는 A씨가 부당하게 수령한 보육수당과 아동수당 등을 환수하기로 결정하고 재판 결과를 지켜본 뒤 사망시점을 계산해 정확한 액수를 환수할 예정이다. 구미/김락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