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름을 보면서 수증기가 뭉친 현상이라고 생각하는 이가 몇이나 될까. 만약 있다면, 모든 것을 과학의 눈으로 바라보는 사람이거나 감수성이 사막처럼 마른 사람일 것이다.
구름은 지상에서 가장 높은 곳에서 일어나는 현상이다. 지위가 아무리 높은 사람도 구름을 보려면 하늘을 우러러보아야 한다. 높은 곳에서 우리네 마음을 쥐락펴락하는 존재가 구름이다.
언덕에 누워 구름을 가만히 보면 나도 구름이 된다. 뭉게구름을 바라보면 마음속에도 무언가가 뭉게뭉게 일어난다. 양떼구름을 보면 초원에서 노니는 양 떼를 보는 양 마음의 지평에도 평화가 깃든다. 파란 도화지 위에 잔잔히 깔린 솜털 같은 구름을 보면 마음이 보송해진다. 산봉우리를 넘어가는 구름을 보면 나도 산 너머로 떠나고 싶은 충동을 느낀다.
비구름 - 하늘을 가득 채운 짙은 회색빛 먹구름
탑구름 - 구름 상부에 성벽 위의 작은 탑이나 총구멍 모양이 있는 구름
새털구름 - 푸르고 높은 하늘에 나타나는 새털 같은 구름
조개구름 - 높은 하늘에 펼쳐지는 희고 작은 비늘 같은 구름
차일구름 - 흐린 날씨 구름, 회색의 장막 같은 구름
양떼구름 - 다수의 구름 덩어리들이 모여 만들어진 구름(높쌘구름)
안개구름 - 수증기가 지표 근처 또는 낮은 높이에서 응결하여 형성된 구름
뭉게구름 - 수증기가 상승기류를 타고 위로 솟구치면서 만들어진 구름
쌘비구름 - 많은 양의 수증기가 강한 상승기류로 탑 모양으로 솟구치면서 만들어진 구름
연직구름 - 밑면은 낮은 고도에 있지만 매우 높게 솟아 있는 구름
밑턱구름 - 물방울과 얼음 알갱이가 간간이 섞여 있는 구름
아치구름 - 낮은 고도에서 수평으로 형성되는 기다란 형상의 구름
모루구름 - 적란운의 윗부분에 나타나는 모루 또는 나팔꽃 모양의 구름
유방적운 - 모양이 포유류의 유방을 닮은 구름
꼬리구름 - 내리는 비가 땅에 닿기 전에 증발하여, 마치 꼬리를 끄는 것처럼 보이는 구름
모자구름 - 산 꼭대기를 덮거나 둘러싸는 모양의 구름
삿갓구름 - 외딴 산봉우리의 꼭대기 부근에 두른 갓 모양의 구름
진주구름 - 20~30km 높이에서 나타나는 진주색 구름
렌즈구름 - 볼록렌즈를 하나 또는 여러 개 합친 듯한 모양의 구름
버섯구름 - 원자폭탄 등이 폭발할 때 버섯 모양으로 발생하는 거대한 구름
털보구름 - 구름 윗부분에 털 또는 섬유질의 조직이 나타나는 구름(복슬구름)
깔때기구름 - 토네이도가 발생할 때 형성되는 회오리 모양의 구름
햇무리구름 - 희거나 옅은 회색의 빛으로 얇게 덮이는 베일 같은 구름
대머리구름 - 구름 상부가 매끄럽고 평탄한 모양의 구름
두루마리구름 - 회색 구름이 담요처럼 둘둘 말리면서 헝클어진 구름(층쌘구름)
거친물결구름 - 거친 물결이 치는 듯한 모양의 구름(악마의 구름)
구름은 높은 지위를 상징한다. 출세하려는 꿈을 꿀 때, ‘청운(靑雲)의 뜻을 품는다’라고 한다. 용이 바람과 구름을 타고 하늘로 오르듯, 좋은 기운을 타고 천하에 두각을 나타내는 사람을 ‘풍운아(風雲兒)’라고 한다. 잡히지 않는 헛된 꿈을 꿀 때 ‘뜬구름 잡는다’라고 한다.
구름은 전조를 표현한다. 위험이나 파탄의 기미가 일어날 때 ‘암운(暗雲)이 드리우다’라고 말한다. 전쟁이 일어나려는 형세가 일어날 때 ‘전운(戰雲)이 감돈다’라고 말한다. 벼락이라도 때릴 것 같은 조마조마한 상황을 ‘뇌운(雷雲)’이라고 한다. 사람이 구름처럼 모여들면 ‘운집(雲集)’이라고 한다. 구름처럼 변화가 무쌍한 현상을 ‘풍운조화(風雲造化)’라고 일컫는다.
구름은 은유이다. 잠자리를 나눈 남녀 사이는 ‘운우지정(雲雨之情)’이며, 남녀가 잠자리에서 누리는 쾌락은 ‘운우지락(雲雨之樂)’이다. 비에 흠뻑 젖은 듯 빠져드는, 바람결을 따라 구름을 탄 듯 몸이 두둥실 떠오르는, 꿈인 듯 생시인 듯 몽롱한, 구름결 같은 그 해방의 운치를 은근히 빗대기에 구름만한 것이 있으랴.
세속을 벗어나 자연에 은거하면 ‘운서(雲棲)’라고 한다. 속세를 떠나 깊은 산에서 없는 듯 살면 ‘운와(雲臥)’라고 하며, 구름처럼 자유롭게 노닐면 ‘운유(雲遊)’라고 한다. 그래서 당나라 시인 맹호연은 맑고 깨끗한 마음을 “야객운위심 고승월위성(野客雲爲心 高僧月爲性)”이라고 읊었다. 길손은 구름을 마음으로 삼고, 고승은 달을 성품으로 삼는다는 뜻인데, 가벼우면서도 참으로 높은 말이다.
우리네 정서에도 구름이 많이 나온다. 숱한 시인이 구름을 동경하고 숭배하고 노래했다. 만약 구름이 없다면 “구름에 달 가듯이 가는 나그네”라는 표현이 없어진다. 모든 시詩에 구름이 빠지면 삶에서 구름이 사라진다. 삶의 하늘에 구름이 없다면 우리네 마음은 비 한 방울 내리지 않는 황량한 사막이 된다.
/수필가·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