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함 오발사고 책임 공방 ‘시끌’<br/>현대중공업 “사격훈련 미리 고지”<br/>선사 “출발 이후 소식 접해” 반박
속보 = 동해에서 시운전 중이던 군용 배에서 포탄이 발사돼 지나가던 여객선을 격침할 뻔한 사고<본지 6월 2일자 4면 보도>를 놓고 관계 기관 간 책임 공방이 일고 있다. 조선사인 현대중공업은 “사격 훈련을 미리 고지했다”면서 여객선사의 부주의를 주장하는 반면, 여객선사 측은 “출발 이후에서야 훈련 소식을 접했다”면서 반박하고 있다.
2일 포항지방해양수산청 등에 따르면 지난 1일 오후 2시 30분께 울릉도 남서쪽 약 19㎞ 부근 울릉도 사동항에서 포항여객선터미널로 향하던 여객선 우리누리호(534t급)의 주변 해상에 포탄 4발이 연이어 떨어졌다. 첫 번째 포탄은 탑승객 172명(선원 6명, 승객 166명)을 태우고 항해 중이었던 우리누리호에서 800여m 떨어진 앞바다에 먼저 떨어졌다. 이후 배의 측면에서 200m 정도 떨어진 곳에 다시 1발이 날아들었고, 이어서 인근에 잇달아 2발이 더 떨어졌다.
다행히 사고로 인한 인명피해는 발생하지 않았지만, 포탄이 바다에 떨어진 충격으로 커다란 물보라가 일고 충격파가 여객선까지 고스란히 전해져 탑승객이 큰 혼란을 겪은 것으로 전해진다. 당시 해상에는 같은 항로를 운행 중이던 썬라이즈호(590t)도 탑승객 153명을 태우고 뒤따르는 중이었다.
당시 사고는 현대중공업이 제작한 건조 신형 호위함(FFG)을 해군에 인도하기 전 시운전하는 상황에서 발생한 것으로 확인됐다. 호위함은 훈련 중 동해상에 우리누리호와 썬라이즈호의 존재를 확인, 오후 2시 8분께 ‘항로 변경’에 대한 안내방송을 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해군과 함께 적법한 절차에 따라 시운전과 사격을 진행했다. 함정 대공사격 평가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선박 2척 접근이 확인돼 항로 변경을 요청했다”면서 “이번 시험으로 여객선 승객들에게 심려를 끼쳐 드린 점을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여객선사 측은 이번 사안과 관련한 어떠한 사격 통보도 받지 못했다면서 답답함을 호소하고 있다. 우리누리호를 운행하는 태성해운 관계자는 “사격을 하면 당일 이야기를 하는 게 아니라 관례로 해군작전사령부 등으로 관련 내용에 대해 수 일전에 미리 공문을 받았었는데, 이번에는 그런 알림이 없었다”며 “사격 통보를 받지 못해 평소처럼 항로를 따라 운행하고 있었다”고 밝혔다.
포항지방해양수산청은 훈련 일정조차 알지 못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포항해수청 관계자는 “사고 발생 직후 여객선 선장이 해경에 신고 조치를 하고 난 뒤 오후 3시가 넘어서야 해당 내용에 대해 알게 됐다”며 “그날 해상에서 포탄사격과 해상훈련이 이뤄지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고 전했다.
/김두한·이시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