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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풍 오마이스 휩쓴 죽장면, 더딘 복구에 주민들은 ‘이중고’

이시라기자
등록일 2021-08-30 20:28 게재일 2021-08-31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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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농장 등 토사 범벅… 집집마다 진흙 퍼내고 가재도구 등 청소<br/>처참한 마을 복구에 주민·봉사자들 안간힘, 전국 지원에도 역부족
30일 포항시 북구 죽장면 태풍 피해 현장에 침수된 차량이 뒤집힌 채로 방치돼 있다. /이시라기자
“어디서부터 복구를 시작해야 할지 엄두도 못 내겠어요.”

30일 포항시 북구 죽장면 마을 곳곳은 제12호 태풍 ‘오마이스’가 할퀴고 간 상처로 가득했다. 마을 입구에 위치한 다리는 폭우가 휩쓸고 온 나뭇가지와 토사, 각종 쓰레기로 넘쳐났다. 다리 주변의 땅은 움푹 파이거나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렸다.

농민들이 수년 동안 구슬땀을 흘리며 일궈낸 과수원 주변에는 사과나무가 뿌리 뽑힌 채 나뒹굴고 있었다. 사과나무가 사라진 자리에는 돌과 흙이 가득했다. 인근에 위치한 양배추밭과 파밭, 고추밭은 토사로 뒤덮여 그곳에 무엇을 심었는지조차 가늠할 수 없었다. 무너진 채 아직도 철거되지 않은 주택은 이곳저곳에서 쉽게 볼 수 있었다.

처참한 마을의 모습을 한참 바라보던 심진택 봉계리 이장은 “그래도 다행히 낮에 비가 와서 마을 사람 모두 대피를 할 수 있었고, 만일 밤에 비가 내렸다면 인명피해가 발생했을 것”이라며 “마을 주민들 대부분이 65세 이상 노인이고 연로한 어르신들이 피해 복구를 하기에는 힘든 부분이 있어 빠른 복구를 위서라면 대규모 장비 투입이 절실하다”고 토로했다.

평화롭던 마을은 태풍 ‘오마이스’의 영향으로 한순간에 쑥대밭이 돼버렸다. 죽장면은 지난 23일부터 24일까지 태풍‘오마이스’와 저기압에 따른 집중호우가 이어지면서 208.5㎜의 폭우가 쏟아졌다. 특히 24일 오후에는 3시간 동안 129㎜에 이르는 물 폭탄이 쏟아졌다. 특히 죽장면은 높은 산과 깊은 계곡이 있고 하천 주변에 마을이 형성된 곳이 많다. 그러다 보니 이번 비에 하천이 급속도로 불어나면서 하천 인근에 있는 집과 논·밭 등이 그대로 물에 떠내려가 버린 상황이다.

마을 주민들은 수마가 할퀴고 간 상처에 슬퍼할 겨를도 없이 복구를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전국에서 소식을 듣고 온 자원봉사자와 군 장병, 공무원 수백여명은 오전부터 복구를 위해 이리저리 바삐 움직였다. 대민지원을 위해 투입된 장병은 집집마다 배치돼 삽으로 진흙을 퍼내고 무거운 가전제품을 옮기느라 분주했다. 마을 주민들도 집 안에 있던 냉장고, TV, 장롱, 집기류 등을 차례대로 꺼낸 뒤 흙탕물 범벅이 된 내부를 청소하고 있었다. 일부 이재민들은 사라져버린 보금자리를 바라보며 망연자실한 모습도 보였다.

이종발 두마리 이장은 “자원봉사자들의 방문이 잇따르고 있지만, 피해 회복을 위해서는 도움의 손길이 많이 부족한 것 같다”며 “마을 주민들이 하루빨리 예전과 같은 삶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정부와 시민들의 많은 관심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시라기자 sira115@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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