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내 원산지 표시 위반 ‘수두룩’<br/>지난 1년간 139곳 업소 적발<br/>김치·고기 등 거짓 표시 ‘최다’<br/>구미 한 식당은 4가지나 어겨<br/>속수무책 소비자만 불안 증폭
경북지역에서 지난 1년 동안 원산지 표시를 위반한 업소가 무려 100여 곳이 넘는 것으로 드러나 지역민들의 먹거리 안전에 적신호가 들어왔다. 특히 김치, 돼지고기, 두부, 떡과 같이 일상생활에서 자주 접하는 음식재료에 대한 위반사례가 잇따라 발생하자 먹거리에 대한 시민들의 불안감이 높아지고 있다.
26일 국립농림축산식품부의 농산물 원산지 표시 및 축산물 이력 위반정보 공표에 따르면 지난해 9월 25일부터 지난 15일까지 도내 23개 시·군에서 농수산물의 원산지 표시에 관한 법률 위반 등의 혐의로 적발된 업소는 모두 139곳인 것으로 조사됐다.
지역별로 살펴보면 경주가 21곳으로 가장 많았고 이어 경산 18곳, 포항 15곳, 안동 14곳, 구미 13곳, 성주 9곳, 영주 8곳 등을 기록했다.
위반 내용은 중국산 배추김치를 국내산으로 거짓 표시하는 행위가 44건으로 가장 많았다. 또 △미국, 독일 등 수입 돼지고기를 국내산으로 원산지를 속여 판매하는 행위 18건 △호주산 등 수입산 쇠고기를 국내산으로 거짓 표시하는 행위 16건 △중국산 찹쌀을 사용해 떡을 가공하면서 국산으로 표시하는 행위 9건 △외국산 콩으로 제조한 두부의 원산지를 국내산으로 거짓 표시한 행위 4건 등을 차지했다.
실제로 구미시 상모동에 있는 A식당은 원산지 표시 위반 사항을 무려 네 가지를 어긴 채 장사하다 지난 6월 적발됐다. 이 식당은 칠레산 돼지고기 삼겹살을 한돈 A++냉동 삼겹살로, 국내산 프리미엄 벌집 삼겹살로 원산지 표시해 판매했으며 스페인산 등갈비를 국내산 등갈비로 둔갑해 소비자들에게 제공했다. 또 미국산 쇠고기 목심을 국내산 한우 불고기로, 미국산 쇠고기 알모심과 국내산 육우 설깃살, 호주산 와규 3개 부위를 혼합해 국내산 한우 국거리로 표시하며 팔아온 것으로 드러났다.
포항시 남구에 위치한 B족발집은 배달앱을 통해 네덜란드산 돼지고기를 국내산으로 거짓 표시해 판매하다 지난해 10월 단속됐다.
이 밖에도 문경에서 자란 송이버섯을 봉화산 송이로 홍보하거나 김천에서 자란 능이 버섯을 봉화산 능이로 속여 판매하는 등 소비자들의 기만하는 행위는 다양했다.
이같은 상황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지만 정작 소비자들은 해당 사실을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현재로서는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이 운영하고 있는 홈페이지에 접속 한 다음 지역을 검색해서 원산지 표시 위반을 한 업소를 직접 찾아보는 방법밖에 없기 때문이다.
포항시민 최모(36)씨는 “중국산 알몸 김치 파동 이후 음식점을 가면 김치를 쳐다도 보지 않게 됐다”며 “현실적으로 매일 집 밥만 차려 먹을 수 없는 노릇이고, 그렇다고 외식을 하면 어떤 재료로 음식을 만들었을까 하는 걱정에 마음 편히 밥을 먹을 수 없는 상황에 놓여 있다”고 토로했다.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 대구지원 관계자는 “추석·설 등과 같은 명절에는 원산지 표시 등에 대한 특별 단속을 진행하고, 이외에도 주기적인 점검을 나가고 있다”며 “소비자 알권리 보장과 농식품의 공정한 거래를 유도하기 위해 전국에 있는 업소들의 원산지 위반 사례들을 인터넷에 공표해 뒀으니 참고해 주길 바란다”고 밝혔다.
/이시라기자 sira115@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