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징어게임 열풍이 한창이다.
‘오징어게임’은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시리즈로, 456억 원의 상금이 걸린 생존 게임에 참석하게 된 기훈(이정재 분)의 이야기를 다루었다.
벼랑 끝에 몰린 삶을 사는 기훈은 상금에 혹하여 게임에 참석하게 되고, 이는 곧 목숨이 걸린 기이한 생존 게임으로 이어진다.
게임은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와 설탕 뽑기, 줄다리기와 구슬치기, 징검다리 건너기 등 어릴 적 동심을 떠올리게 하는 단순 게임으로 구성되어 있다.
하지만 여기서 반전은 게임에 탈락하는 순간 가차 없이 게임 관리자들에 의해 목숨을 잃게 된다는 것.
오징어게임은 국내에서도 뜨거운 인기를 끌고 있을 뿐만 아니라 현재 세계 90개 국에서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최근엔 미국 인기 토크쇼인 ‘더 투나잇 쇼 스타링 지미 팰런’에서도 오징어게임 출연진의 인터뷰가 진행될 정도였으니 이전에는 쉽게 보지 못했던 실로 대단한 인기다.
인기를 몸소 체감했던 건 인터넷이나 유튜브에 오징어게임에 대한 이야기가 끊이질 않는다는 것. 해외 유명 먹방 유튜버들 또한 달고나 먹방을 진행하며 엄청난 조회 수를 기록하고 있을 정도다.
전 세계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는 이유는 뭘까. 이야기는 어느 사회에서나 만연한 사회 계층과 빈부 격차 문제를 한 회도 빠짐없이 끈질기게 담아내고 있다.
구조조정 후 이혼을 하게 된 기훈은 빚에 쫓기는 동시에 돈 때문에 치료를 포기한 어머니를 잃기도 한다. 돈의 부재로 극단의 벼랑에 몰린 기훈은 온갖 소외와 부당함으로 괴로움을 겪는 인물이며 한국 사회의 소외 계층 시선을 가감 없이 보여주기도 한다.
어릴 적 누구나 한번쯤은 해봤을 단순 놀이가 생존 게임으로 이어진 점도 흥미로운 포인트다.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와 설탕 뽑기 등 외국인들의 시각에선 처음 보는 놀이이기에 새로울 것이며, 단순하고 명쾌한 놀이는 흥미를 벗어나 죽음으로 곧장 이어지는 신선함도 담고 있다.
게임 플레이 또한 플레이어 간 공평함을 기준으로 정해놓았지만 점차 온갖 실수와 꼼수로 관문을 통과한다. 게임 주최 측 또한 이를 암묵적 허용하며 즐긴다.
이는 한국 사회의 경쟁과 생존의 현실을 담아낸 것은 물론, 선과 악이 긴밀히 섞인 캐릭터들이 연달아 등장하며 흥미를 자극한다.
오징어게임을 시청하는 이들은 드라마 내 대사를 바탕으로 밈을 형성하고 있다.
실시간 SNS으로 글과 영상으로 패러디되고 있으며 그것을 이해하고 공감하기 위해 전 세계적인 유행의 흐름을 보이고 있다,
감독은 루저들끼리 싸우고 그 루저들이 어떻게 죽어가는지를 다룬 것이라 밝히며 이어 현실에 게임을 돌파하는 멋진 히어로는 없는 것이라 말한다. 영화나 드라마에서나 나오는 순수와 선으로 이루어진 100% 인간상은 없다는 것이다.
그래선지 기훈 또한 모든 관문을 평이하게 통과하지 않는다. 선과 악 사이에서 몸 붙이며 순수와 잔혹 사이를 아슬아슬 넘나든다.
어린 아이들이 뛰어노는 놀이터도 엄연히 승과 패가 난무하는 장소다. 제일 마지막인 오징어게임도 그렇지 않은가.
선 안에서 게임이 진행되며, 돌진하는 이는 막는 이를 몸으로 밀치며 일정 장소에 도달해야 한다. 막는 이는 어떤 수를 써서라도 돌진하는 이가 통과하지 못하도록 한다.
이 단순하고도 거친 게임에서 승리하는 이는 일정한 성취감을, 패배하는 이에겐 슬픔과 당혹감, 그리고 선망과 두려움 같은 얼굴빛이 읽힌다. 이러한 상황은 어딘가 늘 불편하다.
경쟁 사회에서 한 두어 발자국 물러난 채로 관조하고 시니컬해지는 것도 마냥 옳다는 건 아니다. 이 모든 게 인간의 도덕성 문제가 아닌 사회 구조적인 시스템 문제라는 걸 알기 때문이다.
누군가는 클리셰가 난무하는 전형적인 한국 드라마라 말하기도 하지만, 난 충분히 파장을 일으킬 만큼 좋은 작품이라 생각한다. 적어도 9시간 내내 시선을 곧잘 붙들어 놨으니까.
세계인들이 한국의 콘텐츠를 소비하고 주목하여 K-붐을 일으키는 것 또한 기쁜 일이다.
미국 CNN 방송 홈페이지에도 오징어게임이 한국어로 소개되고, 한국어로 진행한 영상도 볼 수 있을 정도니 말이다. 여러모로 흥미로운 흐름임은 확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