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진명여고에서 군인을 향해 보낸 위문 편지를 보내 큰 논란이 일고 있다.
편지 내용은 “군 생활이 힘드신가요? 그래도 열심히 사세요 앞으로 인생에 시련이 많을 건데 이 정도는 이겨줘야 사나이가 아닐까요?”, “저도 X지겠는데 이딴 행사나 참여하고 있으니까 님은 열심히 하세요.”, “눈 오면 열심히 치우세요^^” 같은 문장이 쓰여 있다.
이 편지를 받아든 군 장병이 불쾌함을 느껴 해당 편지를 인터넷에 올려 논란이 일파만파로 커지기 시작했다.
더 심각한 문제는 한 온라인 커뮤니티 이용자들이 해당 여학생을 찾기 위해 신원 조사를 시작했고 신상 정보를 유출한 것에 이어 SNS에 성희롱 메시지를 보내었다는 것이다.
더군다나 해당 학교 졸업생에게까지 무차별적인 폭언을 가하고 있을 정도다. 문제의 본질이 위문편지가 아닌 특정 학교 비하와 개인에 대한 비난으로 바뀌는 것은 심각하게 재고해 볼 문제가 아닌가 싶다.
이러한 제반의 사태가 발생한 후 머지않아 서울시교육청 시민청원 게시판에 ‘미성년자에게 위문편지를 강요하는 행위를 멈춰주세요’라는 청원이 올라가 이에 동의하는 사람들 숫자가 2만 명이 넘었으며, 청와대 국민 청원에도 ‘여자고등학교에서 강요하는 위문 편지 금지해주세요’라는 글이 동의자 13만 명을 기록하고 있다.
하지만 여기서 보다 중요한 건 이러한 갈등이 일어날 수밖에 없게 마찰을 일으킨 전체적인 시스템의 문제라는 걸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누구 한편의 잘잘못을 따져들며 극단적으로 비방하며 조롱하기 보단 시대착오적인 부적절한 행위에 대한 옳은 비판을 해야 함이 우선이다.
진명여고 학교 측은 학교 홈페이지를 통해 국군 장병을 위한 위문 편지는 1961년부터 시작되었고, 이는 해마다 이어진 행사라는 입장을 내놓았다.
그러면서 원래 취지와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간 사태에 대해 매우 유감스럽다며, 앞으론 본래의 목적에 맞게 세심한 주의를 기울이겠다는 전형적인 나 몰라라 방식의 입장문을 올렸던 것으로 알려졌다.
전통성을 앞세우며 위문편지라는 악습을 진행한 학교측이 두 손 놓고 두어 발자국 물러나 있는 동안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남녀 갈등의 골은 더욱 깊어지고 있는 형국이다.
서로의 잘잘못을 따지며 유치한 말싸움과 감정 싸움이 난무하는 동안 정작 사건을 일으킨 가해자는 공들여 외면하고 있으니, 제3자인 이들끼리 계속해서 과열화 되고 있는 이 상황이 내가 보기에는 그저 답답할 뿐이다.
서울시 교육감은 이 문제에 대해 편견이 반영된 교육활동에 고려하지 못한 지점을 돌아보았다며, 해당 학생에 대한 괴롭힘을 멈춰 달란 입장을 밝히기까지 했다.
해당 학생이 위문편지를 쓰게 된 정확한 이유와 사정, 그리고 학생과 학교 편지를 받아든 국군장병에 대해서 정확히 알려진 사실관계는 현재까지 알려진 바 없다.
정말 확실한 팩트를 알고자 하려면 무조건적인 비방은 멈추고 진실을 바로 보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때다 싶어 당사자들의 이해 없이 제3자들끼리 악랄하게 비난하는 일은 이쯤해서 멈추어야 한다.
더군다나 위문편지라는 악습을 이젠 학교 측이 나서 먼저 끊어내었으면 한다.
학계의 입장에 의하면 학교에서 군대로 보내는 위문 편지는 일본에서 처음 등장한 것이며, 중·일 전쟁을 시작으로 본격 강제화 된 것으로 보고 있다고 한다. 굳이 일제시대 잔재인 위문 문화를 이어오는 마땅한 이유가 있을까? 그것에 대한 고민과 반성이 필요한 시점으로 느껴진다.
편지 쓰기는 사실 미디어가 발달된 시대에서 성장한 10대와 20대에겐 늘 어려운 숙제 같은 존재다. 글을 읽는 것도 난해한데 그것을 넘어 생판 모르는 남에게 진심이 담긴 응원의 편지를 제대로 쓸 수 있을 리 없다.
국가를 위해 헌신하는 이들에 대한 존경심은 위문 편지라는 방식 외에도 여러 방법이 있을 것이다. 젠더 갈등 양상을 띄지 않는, 조금 더 온전하고 건강하고 합리적인 방법을 시대에 맞추어 고안해보아야 할 것이다.
잘못된 부분은 바로 잡고, 존중과 배려로 문제가 잘 해결되어 상처 받은 모든 사람이 고통에서 벗어나 회복되었으면 하는 바람 간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