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와 전쟁 일촉즉발 상황<br/>대구 자동차부품·경북 철강 등<br/>원부자재 러 의존도 커 악영향<br/>무역협회 “1조 규모 간접 피해”<br/>에너지가격 인상도 ‘발등의 불’
러시아군의 우크라이나 진입으로 전쟁 발발 가능성이 커짐에 따라 국내 산업계에서 원자재 수입 및 제품 수출에 큰 차질을 빚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가장 큰 문제는 유가 등 에너지 가격의 급등이다. 러시아는 주요 원유 생산국이자 세계 1위의 천연가스 수출국으로, 러시아 리스크에 따라 국제유가는 최근 배럴당 90달러를 넘어서며 7년 만에 최고치를 경신했다.
우리나라의 경우 원유 수입 의존도가 높아 유가 급등 시 항공, 철강, 화학, 조선, 자동차, 건설 등 전 업종에서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이차전지 핵심 소재인 양극재에 들어가는 원재료 중에서 러시아 생산 비중이 비교적 높은 니켈과 알루미늄 가격이 최근 빠른 속도로 오르면서 국내 배터리 기업의 부담도 커지고 있다.
현 상황에 더해 전쟁 발발로 미국 등 서방세계가 러시아 경제제재를 단행할 경우 사태는 더욱 심각해질 것으로 보인다. 한국무역협회 대구경북지역본부가 최근 발표한 ‘러시아 경제제재 단행 시 대구·경북 수출입에 미치는 영향’ 자료에 따르면, 대구·경북에서 러시아로 수출하고 있는 자동차부품(5천만달러), 승용차(6억1천만달러) 등 총 9억5천만달러 규모의 수출이 직접 영향을 받을 것으로 추계됐다.
이 보고서는 지역의 주력 수출품목인 철강, IT제품 생산을 위한 원부자재의 러시아 의존도가 높다는 점에 주목했다. 경제제재로 인해 러시아산 원부자재 수입에 차질이 발생할 경우 주력 수출품목의 생산원가 급등 및 생산지연을 수반하는 간접적인 수출차질이 지역경제에 커다란 악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으로 우려된다.
경북의 경우 2021년 전체 수출의 21.1%를 차지하는 철강제품 생산에 필요한 유·무연탄, 선철, 합금철, 고철 등의 상당량을 러시아에 의존하고 있다. 특히 철강생산에 필수적인 유연탄은 러시아산 수입규모가 4억달러로 지난해 경상북도의 러시아 수입 1위 품목이다. 또한 용광로에서 1차 가공을 마친 선철의 경우 러시아산 의존도가 100%에 달해 저가 철강제품 생산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대구의 경우는 2021년 러시아 1위 수입품목인 백금(1천300만달러)이 자동차부품, 인쇄회로, 의료용기기 등의 주력 수출품목 생산에 널리 사용되고 있다.
러시아산 의존도가 높은 원부자재의 수입 차질이 발생할 경우 대구경북 전체 수출의 21%인 109억7천만달러에 달하는 주력제품 수출이 간접적인 피해를 입을 것으로 내다봤다.
무역협회 대구경북지역본부 김인근 팀장은 “러시아는 전세계 에너지 및 원자재의 중요 공급처로 경제제재 발생 시 글로벌 공급망에 미치는 파급 효과가 매우 크다”며 “정부 및 관계기관은 원자재 수급동향의 실시간 모니터링 시스템을 갖추고, 무역업계는 중요 원자재 수입선 다변화를 통해 러시아발 리스크에 선제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전준혁기자 jhjeon@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