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겸
흐린 날 뱃고동소리 없는 포구 속으로
둔탁한 밀물이 도둑고양이처럼 슬금슬금 기어 들어온다
게으른 갈매기 서너 마리 느리게 공중회전하며
아침 사냥에 나섰지만 싱싱한 고기는 한 마리도 잡지 못하고
버려진 물고기들의 시체 앞에서 허기를 채운다
개펄에 코 박고 누워 있던 낡은 목선들은
제 발로 걷지도 못하고 밀려오는 파도에
등 떠밀려가며 하루의 삶을 연명한다
허물어진 방파제 돌무더기에는 따개비들만이 떼 지어 앉아
좁은 주둥이를 하늘로 향한 채 비릿한 세상을 흡입한다
(….)
이 시는 스산한 장고항의 풍경을 객관적으로 묘사한 시지만, 단순한 풍경 묘사로만 읽히지는 않는다. 뱃고동소리도 없는 장고항. 이곳에서 갈매기는 싱싱한 고기를 얻지 못해 “버려진 물고기들의 시체”를 먹는다. 목선들은 새 것으로 교체되지 못하고 낡아버렸다. 생명력이 박탈당한 세계. 이 생명력 잃은 항구의 모습은 코로나 이후 “모든 것이 닫혀 있는” 현 우리 사회를 상징적으로 드러내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