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국립현충원 거쳐 사저 도착<br/>“실망 드렸는데 따뜻한 환대 감사<br/> 이곳 올 생각하며 힘든 5년 견뎌”<br/> 제가 못 이룬 꿈은 다른 이들 몫”<br/> 삼성병원·사저에 정치인들 몰려<br/> 지선 앞 ‘친박재편·朴風’에 촉각
박근혜 전 대통령이 24일 오후 대구 달성군 유가읍 사저에 입주하면서 지역 정가가 술렁이고 있다. 이날 귀향 환영 인파에는 김관용 전 경북도지사, 이철우 경북도지사, 권영진 대구시장, 강은희 대구시교육감, 김재원 국민의힘 최고위원, 서상기 전 의원, 김문오 달성군수, 조원진 우리공화당 대표 등의 인사들이 참석했다. <관련기사 2면>
또 삼성병원 퇴원시에는 지지자 200여명과 함께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 최경환 전 부총리, 조윤선 전 정무특보, 황교안 전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 대표 등 박근혜 정부 시절 인사들도 박 전 대통령의 퇴원 광경을 지켜봤다.
지역 정치권 인사들이 대거 사저 입주 환영식에 참석해 지역내 여전한 박 전 대통령의 정치적인 위상을 가늠케 했다. 물론 이날 박 전 대통령은 이들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은 없었지만, 도착 메시지를 통해 약간의 정치적 뉘앙스는 풍긴 것으로 지역 정치권은 판단하고 있다.
박 전 대통령은 사저에 도착한 뒤 대국민 메시지로 국회의원 당시 지역구였던 달성군과의 인연을 소개하며 “제가 많이 부족했고 실망을 드렸음에도 이렇게 많은 분이 오셔서 따뜻하게 맞아주셔서 너무나 감사하다. 정치적 고향이자 마음의 고향인 달성으로 돌아갈 날을 생각하며 견뎌냈다”며 “돌아보면 지난 5년의 시간은 저에게 무척 견디기 힘든 그런 시간이었다”고 첫 인사를 했다. 이어 “대통령으로 있으면서 국가와 국민을 위해 열심히 일한다고 했지만, 이루지 못한 많은 꿈들이 있다”고 소회를 밝혔다.
특히 “제가 못 이룬 꿈들은 이제 또 다른 이들의 몫이라고 생각한다”면서 “좋은 인재들이 저의 고향인 대구의 도약을 이루고 더 나아가 대한민국의 발전에 기여할 수 있도록 저의 작은 힘이나마 보태려고 한다”고 강조했다.
지역 정치권은 ‘좋은 인재’나 ‘다른 이들의 몫’등과 같은 언급에 주목하고 있다. 단순히 회고하는 수준으로 볼 수도 있지만, 해석에 따라 당장 이번 지방선거와 2년 뒤 총선에서 ‘못 이룬 꿈을 다른 이들의 몫’으로 전환될 수 있음을 내포하고 있다는 분석 때문이다.
직접적으로 선거와 관련한 언급은 아니지만, 과거 각종 선거에서 ‘선거의 여왕’의 위세를 맘껏 떨쳤던 점을 감안하면 앞으로 어떤 형태로던 지역내 각종 선거에서 영향력을 발휘할 가능성이 크지 않겠냐는 것이 지역 정가의 관측이다.
박 전 대통령이 직접적으로 나서지는 않겠지만, 이른바 정치적인 메시지 등을 통해 측근 인사들과 소통하는 방식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심지어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도 대구 방문시 박 전 대통령 사저를 직접 방문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이자리에서 정치적인 메시지를 내 놓을 것으로 예상되는 등 본격적인 메시지 정치가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또 박 전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최근 사면된 최경환 전 부총리는 친박의 좌장으로서 앞으로 사저를 자주 찾게 된다면 과거 ‘친박’ 인사들과의 자연스러운 만남도 있을 것으로 지역정가는 관측하고 있다.
이 경우 친박 인사들이 다시 모여 세력화하는 것은 시간문제이며 국민의힘과 보수진영에 남아있는 친박 인사들의 합류도 충분히 예측할 수 있어 지역 정치권이 긴장하고 있는 상황이다.
현재는 유영하 변호사 등 몇몇 인사들이 박 전 대통령을 지근 거리에서 보좌하고 있지만, 결국 친박 인사들과 함께하는 시기가 조만간에 가시화될 것으로 전망되는 셈이다.
지역 정가의 한 관계자는 “박근혜 전 대통령이 달성 사저로 내려오면서 박 전 대통령이 자연스레 대구·경북지역 정치 원로 역할을 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며 “앞으로 각종 선거때마다 박 전 대통령의 사저를 찾는 인사들이 늘 수밖에 없다. 이들을 중심으로 한 정치세력화도 예단이 가능해 ‘박풍’이 재현될 일만 남았다”고 말했다.
/김영태·김재욱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