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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화불량’ 걸린 포항 아파트 시장

박동혁기자
등록일 2022-03-27 20:56 게재일 2022-03-28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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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높은 분양가·기반시설 부족에 대규모 미분양 속출<br/> 2월말 현재 3천240 세대 발생<br/> 미분양관리지역 꼬리표 또 달아<br/> 수요 없는 외곽지역 공급으로 <br/>‘펜타시티’ 2천278 세대로 대다수<br/> 첫 5억대 국민평형 ‘자이 애서턴’<br/> 공급가 부담에 20% 넘게 미계약   <br/> 신규아파트 건립 차질 우려 커져
포항지역 주택시장에 찬바람이 불고 있다. 지난해 초부터 급격히 늘어난 신규 아파트 공급물량을 지역 수요가 이를 감당해내지 못하면서 대규모 미분양 사태로 이어진 것이다. 특히 3천세대가 넘는 미분양주택 중 70% 이상이 기반시설이 부족한 ‘펜타시티’에 몰려있어 이같은 현상이 장기화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27일 포항시에 따르면 지난 2월 말 기준 포항지역의 미분양 주택수는 3천240세대로 집계됐다. 이는 전월(2천943세대) 대비 297세대 늘어난 것이다.


아파트 별로 살펴보면 대구경북경제자유구역청이 2018년부터 포항시 북구 흥해읍 일원에 조성 중인 펜타시티(대구경북경제자유구역 포항융합기술산업지구)에 대방산업개발(주), 한신공영(주), (주)동화건설 등 3개사가 건립중인 5개 단지에서 2천278세대가 분양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역 내 미분양 주택의 70.3%를 차지하는 것이다.


이 중 (주)동화건설이 지난 2월 9일 계약을 마감한 ‘펜타시티 동화아이위시’는 전체 522세대 중 351세대(67.2%)가 미분양 상태로 확인됐다. 대방산업개발(주) ‘펜타시티 대방 엘리움 퍼스티지’등 나머지 두 시공사의 신규 물량 3천520세대 중 미분양 주택이 절반이 넘는 1천927세대에 이르는데 비공개 처리를 희망하는 시공사 측의 요청을 대경경자청이 받아들이면서 세부 현황은 공개되지 않았다.


펜타시티 내 아파트 미분양 비율이 높은 이유로는 기반시설 부족이 꼽힌다.


펜타시티는 포항시 북구 흥해읍 대련리와 이인리 일원 147만8천998㎡에 산업시설용지, 상업·업무시설용지, 주택용지, 공공시설용지 등으로 분할돼 개발이 진행되고 있다. 포항시와 대경경자청은 이곳에 바이오, 신소재 기업 등을 유치해 특화단지를 조성하려고 애쓰고 있지만 기업유치 성과가 기대만큼 이뤄지지 않고 있고 학교, 문화·체육시설 등 정주여건이 갖춰져 있지 않아 아파트 실수요자들이 입주를 꺼려하고 있어 미분양 물량이 좀처럼 빠지지 않고 있다.


포항지역 최초 5억원대 ‘국민평형(전용면적 84㎡)’로 관심을 모은 GS건설의 ‘포항자이 애서턴’미분양 물량도 2월 통계에 새롭게 포함됐다. 1천433세대 중 21.5%인 308세대가 분양되지 않은 포항자이 애서턴은 대부분 신도시에 신규아파트가 건립되는 최근 트렌드와는 반대로 구도심 한복판에 위치해 열악한 교통사정과 낙후된 주변환경 등 단점이 명확한데다 분양가가 주변 시세에 비해 1억원 이상 비싸 수요자들의 니즈를 충족시키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밖에 HDC현대산업개발(주)의 ‘포항 아이파크’가 1천144세대 중 300세대(26.2%), (주)태왕이앤씨의 ‘남포항 태왕아너스’가 343세대 중 273세대(79.6%), 서원건설(주)의 ‘빌드원르헤브3차’가 99세대 중 42세대(42.4%)로 뒤를 이었다.


준공된지 수년이 흘렀음에도 미분양 세대가 남아있는 아파트단지도 3곳이나 됐다.


2015년 9월 준공된 (주)금아건설의 ‘금아팰리스’가 5세대, 2016년 3월 준공된 (주)금성주택건설의 ‘우현2차 금성굿모닝’이 25세대, 2017년 8월 준공된 (주)정림건설의 ‘오천 정림다채움’이 9세대였다.


이처럼 지역 내 미분양 물량이 급격히 증가하면서 주택도시보증공사(HUG)는 지난 3월 16일부터 4월 30일까지 포항시(남구 동지역, 북구 학잠동, 항구동 제외)를 미분양관리지역으로 포함시켰다. 포항시는 2020년 7월 31일 이후 594일 만에 미분양관리지역으로 재지정됐다. 앞서 포항시는 정부가 미분양관리지역 제도를 시작한 2016년 10월부터 2020년 7월 31일까지 단 한 차례도 선정을 피하지 못했다.


미분양관리지역에서 해제되려면 미분양 주택 수를 500세대 밑으로 떨어뜨려야 하는데 현재 포항지역은 3천세대가 넘는 미분양 주택이 있어 해제 시까지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전망이다.


미분양관리지역으로 지정되면 주거용 오피스텔 포함을 포함해 공동주택 공급 목적으로 사업부지를 매입하려는 경우 HUG의 분양보증 예비심사를 받아야 한다. 이미 토지를 매입한 경우도 분양보증을 위한 사전심사를 거쳐야 해 수급조절 기능을 갖게 된다.


이에 따라 환호공원에 공급예정인 ‘힐스테이트 환호공원(2천994세대)’, 상생근린공원(양학공원)에 공급예정인 ‘포항 대잠 더샵·힐스테이트(2천667세대) 등 포항지역 신규 아파트 단지는 분양승인을 받기 위해 분양가 조정, 대출관련 규제 등 까다로운 절차를 거쳐야 한다.


지역의 한 부동산 전문가는 “미분양 물량 대부분이 펜타시티에 집중돼 있는 만큼 사업주체인 대경경자청이 적극 나서 해결방안을 찾아야 한다”며 “현재 펜타시티는 경북도청 동부청사와 일부 벤처기업 이외에는 허허벌판에 가까워 대규모 쇼핑시설 유치 등 인구유입을 이끌어낼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포항시 관계자는 “이번에 미분양관리지역으로 포함되면서 앞으로 분양을 계획하고 있는 신규 아파트 건립에 차질이 있을 전망이다”며 “주택시장 안정화를 위한 정책을 강구토록 하겠다”고 전했다.


/박동혁기자 phil@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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