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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BTS가 아니다

등록일 2022-05-10 20:03 게재일 2022-05-11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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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지 의무라는 이유로 부조리한 환경에 던져지는 것은 과연 합당한 일인가? /Pixabay

지난 4월 23일 ‘가디언지’에는 다음의 기사가 올라왔다. ‘BTS 병역 논란으로 분열된 한국’이라는 기사에는 BTS가 기여한 경제 효과가 35억 달러에 이른다는 설명과 함께 요즘 이들의 병역 문제에 대한 한국에서의 논란을 다루고 있었다. 더불어 이 기사에서는 대체복무 혜택을 받은 대표적인 국내 예체능인으로 손흥민과 조성진을 소개하며 한국의 병역 대체 자격 제도에 대해서도 소개했다.

BTS의 병역 면제에 대한 이슈는 올해에 처음 시작된 것은 아니다. 시간을 조금 거슬러보자면, 2018년 당시 바른미래당 소속의 하태경 의원이 아시아 게임과 같은 스포츠 종목이 아닌 다른 예체능계에서는 병역 특례가 거의 없다는 점을 지적하며 BTS를 거론한 것이 시초이다. 물론 당시의 하태경 의원의 주장과 현재의 BTS의 병역 특례를 둘러싼 주장에는 다소간 차이가 있겠으나, ‘병역법’에 대한 개정의 필요성이 지적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해볼 필요가 있다.

대다수의 한국인이 알고 있듯, 한국에서는 법적으로 성인 남성은 예외 없이 국방의 의무를 이행해야 한다. 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예컨대 누구나 치러야만 하는 의무에 있어 각종 편법을 통한 면제가 난무하다보니, 같은 남성의 입장에서는 병역과 관련된 문제가 보다 예민하게 다가온다.

겉으로 보기에 국방의 의무는 대한민국을 수호하고 자유민주주의를 수호한다는 신성한 의무인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어떠한가. 군 내부의 만연한 폭력과 각종 부조리를 비롯한 기본권의 무시와 사회진출을 위한 준비를 해야 할 시기에 2년을 강제로 압류 당해야 한다는 박탈감에서부터, 병역 의무 이행자에 대한 사회적 배려가 전무하다는 사회적 문제에 이르기까지, 한국 남성에게 군대란 신성한 의무가 아니라 편법을 취할 수 없어 치러야만 하는 벌칙과 같이 다뤄지기 때문이다. 그것도 개인의 잘못에 대한 벌칙이 아니라, 그와 같은 편법을 저지를 경제적 배경을 지니지 못한 자가 치러야 하는 벌칙 말이다. BTS의 병역 특례와 관련된 이슈를 살펴보고 있자면 병역의 의무를 벌칙처럼 생각하는 사회적 풍조가 만연해있으며, 그것이 더욱 강화되는 것 같다. 특례라는 말에서부터 그렇다. 왜 특례가 필요한 것인가? 국방의 의무가 신성한 것이고 모든 사람들이 치러야 하는, 대한민국의 어쩔 수 없는 의무라면 왜 특례 제도를 통한 면제가 존재하는 것인가. 특례 제도는 법적인 문제이므로 글쟁이인 내가 옳고 그름을 면밀하게 따지기는 어려운 일이겠지만, 30대 남성으로써 느끼는 바는 이와 같은 제도에 전제되어 있는 병역의 의무가 지닌 위상이 그다지 신성하지도, 또 고귀한 것도 아니라는 점이다. 사실 BTS가 그렇게 문제겠는가. 그간 예체능 부류에서는 계속해서 병역 특례가 나왔었다. 가장 훈련에 매진해야 할, 가장 좋은 성적을 얻을 수 있는 시기에 병역의 의무를 다한다는 것이 한 선수의 경력을 단절시키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는 점에서 그들에 대한 병역 특례를 문제 삼자는 것이 아니다. 아마 이와 같은 기본적인 요소에 대해서는 대다수의 성인 남성이 동의하리라고 본다. 예컨대, 최근의 병역법 개정을 둘러싼 문제에 대해 20~30대 남성의 반응이 거셀 수밖에 없는 것은 BTS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BTS를 둘러싼 법적, 정치적 움직임에 거부감이 들 수밖에 없는 것은 병역을 피해야 하는 요인으로 다루는 시선들과 개인적, 사회적 피해들에 대한 고려가 전무하기 때문이다.

임지훈 2020년 문화일보, 서울신문 신춘문예 평론 부문에 당선된 문학평론가. 한양대 국문과 박사 과정을 수료했다.
임지훈 2020년 문화일보, 서울신문 신춘문예 평론 부문에 당선된 문학평론가. 한양대 국문과 박사 과정을 수료했다.

즉, 이와 같은 문제에서 나타나는 의견들은 BTS라는 가수에 대한 배척의 태도가 아니라 병역 제도 자체에 대한 불신과 불만의 목소리가 훨씬 더 크게 작동하고 있는 것이다.

최소한의 선택지조차 없는 채 단지 의무라는 이유로 인생의 귀중한 시간을 할애해야만 하며, 그 대가로 인권 경시와 심지어 생명권의 경시조차 경험해야만 했던 의무 이행자의 입장에서 보자면, BTS는 이런 경험을 안했으면 하는 것이 최소한의 마음이다. BTS만이 아니라, 군입대를 앞둔 모든 남성에게 드는 생각이다. 단지 의무라는 이유만으로 가혹하고 부조리한 환경에 던져지는 것은 과연 합당한 일인가? 합법적이기에 우리가 그것을 합당한 것으로 이해해야 한다면, 우리는 그 합법성의 요소들에 대해 다시금 고려하고 제도를 수정하는 과정을 거쳐야 하는 것이 아닐까? 병역 제도에 대한 남성들의 발언은 결코 쪼잔한 남성들의 나보다 나은 남성을 향한 한풀이가 아니다. 병역제도라는 대한민국의 근간을 이루는 법적 제도적 장치로 인한 피해자의 증언으로 이 사회가 받아들여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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