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춘희
허파 가득 햇빛 꽉 채운 물고기가 있었어 냄새나는 쥐오줌 얼룩과 미끈거리는 물이끼 수족관 떠나 넓고 푸른 하늘로 가고 싶어 지느러미 대신 새의 날개 꿈꾸었지 부족한 산소 때문에 석회질 같이 딱딱하게 굳어가는 폐를 위로하며 허옇게 배 뒤집혀 죽어나간 영혼의 물고기 떼 뜯어먹었어 인공의 산소방울 대신 새털구름 마시며 살고 싶은 그는 어느 날 이스트 넣은 빵처럼 부풀어 올라 내장이 터져버렸지 상처를 숨기는 건 마음먹은 것만큼 쉽지 않았어
수족관 속이라는 극단적으로 폐쇄된 상황은 병동을 연상시킨다. 화자는 “새털구름 마시며 살고 싶”다는 희망을 이루지 못하고, 반대로 이곳에서 “인공의 산소방울”을 마시면서 “내장이 터져버”리고 만다. 상처는 ‘내장’에 숨겨왔던 무엇이다. 하나 터져버린 내장 때문에 이제 상처는 감출 수 없게 되었다. 상처는 상처 입은 자의 환원될 수 없는 고통, 그만이 겪었을 고통의 삶 자체를 드러낸다. 마치 위의 시처럼. <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