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혜순
네 꿈의 한복판
네 온몸의 피가 밀려왔다가 밀려가는 그곳
그곳에서 나는 눈을 뜰래
네 살갗 및 장미꽃다발
그 속에서 바짝 마른 눈알을 치켜 뜰래
네 안의 그 여자가 너를 생각하면서
아픈 아코디언을 주름지게 할래
아코디언 주름 속마다 빨간 물고기들이 딸국질하게 할래
너무 위태로워 오히려 찬란한
빨간 피톨의 시간이 터지게 할래
네 꿈의 한복판
네 온몸의 숨이 밀려왔다가 밀려가는 그곳
그곳의 붉은 파도 자락을 놓지 않을래
내 밖의 네 안, 그곳에서 영원히
돌아오지 못할래
“네 꿈의 한복판”에, 즉 너의 몸속에서 가장 아름다운 부분-“살갗 및 장미꽃다발”-에 존재하고 싶은 욕망. 그것은 ‘너’의 숨결이 만드는 “붉은 파도 자락”-“아코디언 주름”-을 붙잡고 싶은 욕망이다. 이 고요하면서도 격렬한 사랑에 대한 욕망은 “빨간 피톨”이 터지는 흥분의 ‘시간’을 요구하면서, ‘피-장미꽃-빨간 물고기-빨간 피톨-붉은 파도’로 흐르는 붉은 색의 이미지를 통해 시 전체를 관능적으로 채색한다. <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