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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예는 인생살이 그 자체”

김민지기자
등록일 2022-05-23 20:11 게재일 2022-05-24 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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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웃사람 박정숙 포항서예인협회장<br/>1990년대 서실에 입성 한 뒤<br/>40여 년간 서예 문화 확산 기여<br/>현대 문인화, 서예사 새 돌파구<br/>포항 서예 알려 예술도시 조성
박정숙 포항서예인협회장. /김민지기자
박정숙 포항서예인협회장. /김민지기자

빠르게 돌아가는 세상 속에서 느리지만 한 획에 자신의 올곧음을 그려내는 서예인들을 이끌어주며 묵묵히 ‘붓길’을 걷는 이가 있다.

바로 예당(禮堂) 박정숙(62·여) 씨다. 40여 년 전 포항에 정착해 한국미술협회 포항지부 회원, 포항서화작가회 이사 등을 두루 역임했다.


현재 포항서예인협회장을 맡아 서예 문화 확산에 이바지하고 있는 박 회장을 만나봤다.

 


-서예를 시작하게 된 계기는.


△앞으로의 인생을 어떻게 보낼까 고민하다 유년시절 잠깐 배웠던 서예가 생각났다. 마침 서예를 하던 친구가 있어 1990년대쯤 서실에 입성했다. 그렇게 서예를 배우다 뒤돌아보니 수많은 계단을 올랐더라. 지금이야 쌓아온 경력이라고 하지만 당시에는 그저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했을 뿐이다. 취미로 시작했는데 전업이 됐다.

 


-서예의 정의를 내리자면.


△서예는 인생살이 그 자체라고 본다. 매화를 보면 노분에서 새순이 피어난다. 꽃이 피고 진 자리에 다시 새순이 자라나는 그 생동감은 연령층을 아울러 구분없이 함께하는 모습 같다. 서예에 가장 중요한 덕목은 ‘기본’이라 생각한다. 애써 붓는 물이 빠지는 화분이지만 매일 물을 주다 보면 어느새 잔뿌리를 내려 싹을 피운다. 물을 꾸준히 붓는 기본이 중요한 것이다. 나는 서예를 통해 함께 어우러져 살아가는 법과 삶을 읽어내는 안목을 다질 수 있었다.

 


-서예를 위해 어떤 일을 하는지.


△우리 것을 지켜야겠다는 일념과 방법은 크게 두 가지다. 첫 번째로 홍보 환경의 개선이다. 지방이라는 이유로 좋은 작품이 발탁되지 못하고 사라져가는 경우가 많다. 특히 포항은 더욱 우리 고유문화에는 관심이 없다.


‘포항 영일대 서예 깃발전’을 들어본 적 있나. 직접 도에서 예산지원을 받아 올해 8회차를 맞이하지만, 시민들은 전혀 모르고 있다. 오히려 타 지역민들의 공모율이 높다. 포항 서예를 알리는 것이 철강도시라는 강한 이미지를 탈피해 예술의 도시로 만들어가는 일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두 번째는 ‘현대 문인화’를 하나의 분야로 정착시키는 것이다. 전통 문인화는 하나씩 따져가며 각을 재고 평가해 딱딱한 이미지가 있다. 반면 최근의 문인화는 더 쓰기 쉽고 접하기 좋은 것들을 소재로 해 마음 가는 대로 표현한다. 오색을 넣어 화려함이 돋보이는 현대 문인화는 서예사의 새로운 돌파구가 될 것이라 기대하고 있다.

 


-서예인협회장을 네번째 맡았는데 앞으로의 행보는.


△앞으로 남은 3년 임기 동안은 서예를 홍보하고 후배를 육성하는 데 집중하고자 한다. 지방 서예의 입지를 위해서는 강하게, 좋은 후작을 틔워내기 위해서는 부드럽게 포항의 서예 문화 발전을 위해 목소리를 낼 것이다. 협회장으로서의 일을 마무리 짓고 나면 내 욕망을 마음껏 서예화로 표현해내고 싶다. 후세대들이 보고 ‘문인화에 이런 표현 방법도 있구나’ 하고 참고할 만한 작품이었으면 한다.


/김민지기자 mangchi@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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