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량감 있는 인물 부재로 ‘침몰’<br/>중앙당 불협화음 돌출 설상가상
더불어민주당이 6·1 지방선거 대구·경북(TK)지역에서 참패했다. 민주당 후보들이 열악한 환경 속에서 총력전을 벌였지만 역부족이었다. 대선패배를 설욕하고 지역 민주주의의 근간을 다시 만들겠다는 민주당의 꿈은 사실상 물거품이 됐다. 이에 반해 ‘보수 텃밭’에서의 국민의힘 응집력은 더욱 심화됐다.
민주당은 광역단체장 2곳과 기초단체장 31곳, 국회의원 재보궐선거 1곳 중, 대구에서 6명, 경북 9명의 후보를 냈다. 투표결과 단 한 곳도 당선자를 내지 못하고 전멸하는 수모를 당했다. 결국 민주당이 국민에게 외면당하고 말았다. 민주당은 이번 지방선거에서 대구 8개 구·군 단체장 가운데 4곳에 후보를 내지 못했다. 대구시의원은 29개 지역구 가운데 4곳에만 후보 이름을 올렸다.
경쟁은 커녕 시작도 못하고 국민의힘 후보에게 대거 무투표 당선을 내주었다. 대선 이후 지역에서 윤석열 컨벤션 효과 등으로 보수색이 더욱 강해졌다고는 하지만, 민주당 지도부의 안일한 선거대책 등 책임도 무시할 수 없다는 평가다.
특히 지역의 인물 부재는 민주당의 미래를 더욱 어렵게 하고 있다. 김부겸 전 총리와 홍의락 전 의원 같은 선거를 이끌만한 중량급 인물들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이들은 이번 선거에서 아예 손을 놓다시피 했다.
민주당은 2018년 선거에서 구미시장을 배출하고 대구시의원 5명, 경북도의원 9명의 당선자를 낼 정도로 지역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면서 지역 정치지형을 바꿔 놓았다. 또 정치 신인들에게는 꿈을 심어 주었다. 하지만 4년후 지역에서 이들의 존재감은 완전히 사라졌다. 인재 부족과 공천 내홍 파동을 겪었던 대구경북이 다시 험지 중의 험지로 남을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지역정가에선 대구시당은 선장도 없고 선원도 없는 침몰하는 배와 같다고 평가한다. 사실상 선거 패배는 예견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지방선거 공천과정에 논란이 됐던 불공정성과 선대본부 출범식때 보여준 시당위원장과의 당원들간 불협화음이 배경으로 지목된다. 시당위원장의 사천 공천으로 현역 기초의원 10여명이 탈당하고, 지역별 주류계 인사의 공천 배제로 당내 공천받은 후보와 탈당한 후보간 대결 양상을 빚었다.
또한 핵심당원들이 중앙당에 대구시당에 대한 특별 당무감사를 촉구하는 망신살을 뻗치기도 했다. 민주당의 미래가 보이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또한 대선의 연장전으로 치러진 이번 선거 패배의 한 원인으로 ‘이재명발 김포공항 이전’도 꼽힌다. 이재명 총괄선거대책위원장이 불붙인 이 논란은 수도권을 넘어, 경북과 울릉, 제주까지 들썩이게 했다.
민주당 지도부의 내홍도 투표율에 큰 변수로 작용됐다. 박지현·윤호중 공동비대위원장이 쇄신안을 놓고 충돌하면서 당 지도부의 불협화음이 수면 위로 부상해 가뜩이나 어려운 선거를 더욱 어렵게 만들었다는 분석이다.
민주당 대구시당 관계자는 “선거결과를 보면 도대체 선거기간 동안 무슨 준비를 했는지 한심하기만 하다”며 “험지로 전락한 대구·경북과 미래 발전에 대해 고민하고 환골탈태하는 계기를 만들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민주당이 이번 선거 패배의 분석과 반성 없이 구태를 되풀이 한다면 다가오는 22대 총선마저 참패를 면치 못할 것이라는 비관적인 전망도 나온다. TK민주당에 비상등이 켜졌다.
/김상태기자 kst@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