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시, 24곳 예산 9억여 원 <br/> 1인당 한 끼 2천700원 배부<br/> 후원·지원금으론 단가 못맞춰<br/> 영업 일수 줄이거나 개장 연기<br/>“음식 재료값 턱없이 모자라고 <br/> 전기·가스비까지 올라 이중고”<br/> 운영자들, 식단 구성 고충 토로
최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여파로 농산물 가격이 급등하면서 노인 무료급식소가 운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지난 2년여 동안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도시락과 식료품 꾸러미로 배식을 대체해 왔던 포항지역 무료급식소가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 이후 대면 운영을 시작하거나 준비 중이지만 음식재료 값이 크게 뛰어 급식소 운영에 대한 부담이 깊어지고 있다.
1일 포항시에 따르면 지역 내 노인 무료급식소는 지자체로부터 예산을 지원받아 운영하는 시설 12곳과 지원을 받지 않고 자체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시설 12곳 등 모두 24곳이 있다. 이중 지원시설에는 1천505명의 노인이, 비지원시설은 3천여명의 노인이 이곳을 이용하고 있다.
시는 올해 노인 무료급식소 지원 예산 9억7천593만원을 1인당 한 끼에 2천700원으로 계산해 지원시설에 배부했다. 하지만 무료급식소 운영자들은 연일 고공행진하는 물가에 비해 후원금과 지원금은 기존과 별다른 차이가 없어 식단 구성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고충을 토로했다.
실제로 통계청 소비자물가상승률을 살펴보면 지난 4월 기준 전년 동월 대비 소비자물가 총 지수는 4.8% 상승해 올해 들어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세부적으로는 농산물 3.6%, 식료품 3.1%, 신선식품 1% 순으로 상승세를 보였다.
치솟는 물가로 균형적인 식단 공급이 어려운 상황에서 수요를 맞추지 못한 몇몇 급식소는 개업일을 무기한 연장하거나 주 5일 영업에서 주 3일 등으로 영업일수를 줄이는 상황이다.
실제로 포항시 남구 연일읍에 위치한 무료급식소는 하루 100여 명의 노인이 찾아오지만, 지원금은 고작 67명분인 18만원을 받고 있다.
무료급식소 관계자는 “설탕과 고춧가루 같은 양념 조미료들이 체감상 20∼30% 오른 것 같고 식용유 수급 대란으로 튀김은 식단에 넣지도 못한다”며 “음식재료 값은 계속해서 오르는데 지원금은 한정돼 있으니 반찬을 줄이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무료급식소 운영자들은 정상적인 대면 급식을 위해서는 재료값 뿐만 아니라 가스비와 냉·난방비도 지원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남구 오천읍의 무료급식소 관계자도 “물가가 올라 식비만 해도 힘든데 음식 재료만 산다고 끝이 아니다”며 “급식소 전기·가스비 등은 사비로 해결해 이중 부담이 만만치 않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노인 영양상태 개선 식단과 정서적 교류의 장소를 제공하는 무료급식소에 사회적 관심도를 높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임성옥 위덕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일찍 고령화 사회를 맞은 복지선진국에서는 다양한 급식 프로그램 개발과 정책적 지원을 해왔다”며 “정부와 지자체는 안정적인 재원 확보로 효율적인 급식소의 운영 및 양질의 식사제공을 통해 노인들의 건강관리와 영양 개선에 마땅히 기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포항시 관계자는 “앞으로의 물가 등 전반적인 상황을 보고 하반기 추경을 적극적으로 고려할 계획이다”며 “무료급식소 정상화를 위해 시민들의 관심과 배려를 부탁드린다”고 밝혔다.
/김민지기자 mangchi@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