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무화 추진 5년이 넘었지만<br/>도내 주택용 설치율 절반 그쳐<br/>단독 경보형 감지기는 고작 5%<br/>설치 기준·안전점검 대책 필요
7명이 사망하고 수십명이 부상자를 발생시킨 대구 범어동 빌딩 화재 사건으로 화재예방을 위한 소방안전 시설에 대한 경각심이 커지고 있다. 대형 빌딩과 아파트 등 다중이용 시설이나 주택 등지의 소방 시설 설치 기준 및 안전점검 강화 등의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소화기, 단독 경보형 감지기 등 주택용 소방시설 설치가 의무화된지 5년 넘게 지났지만 경북도내 일반 가구의 설치율은 매우 저조한 수준인 것으로 드러나 개선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12일 경북소방본부에 따르면 2022년 현재 도내 60만225가구 중 주택용 소방시설이 설치되지 않은 가구는 전체의 43.6%인 26만6천201가구에 달했다.
그나마 설치된 33만4천24가구 가운데서도 소화기와 화재경보기를 모두 갖춘 가구는 16만3천274가구로 전체의 27.8%에 그쳤다. 단독 경보형 감지기를 설치한 가구는 5.4%(3만3천262가구)뿐인 것으로 조사됐다.
주택용 소방시설 설치는 2017년 2월부터 소방시설법 개정에 따라 의무화됐지만 5년이 넘도록 설치율이 높아지지 않고 있다. 법개정이 이뤄졌음에도 위반 시 과태료나 처벌조항이 없어 사실상 ‘의무’라는 조치를 무색하다는 게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시민 이모(52)씨는 “법으로 의무화돼 있다고는 하지만 과태료나 처벌조항이 없는 것은 사실상 의무가 아닌 권장이 될 수밖에 없다”며 “하루빨리 과태료나 처벌조항 등을 만들어 설치율을 높일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화재발생시 주택용 소방시설 미설치에 따른 피해가 더욱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로 지난 3월 13일 오후 3시 23분쯤 포항시 남구 오천읍 구정리의 한 빌라에서 원인 미상의 화재가 발생해 집주인 A씨(49)가 숨졌다. A씨가 살던 빌라는 소방법이 강화되지 않았던 30∼40년 전에 지어진 노후 건물이었다. 층별 계단마다 2대씩 배치된 소화기를 제외하면 화재경보기, 스프링클러 등 초기에 화재를 알리거나 진압할 수 있는 시설은 없었다. 소방당국은 30여분만에 화재 진압에 성공했지만 안타깝게도 A씨는 현관문 앞에서 사망했다.
이러한 인명피해는 대부분이 잠들어 화재 발견이 늦어지는 심야에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경북도내에서 최근 10년간 발생한 시간대별 주택 화재 건과 사망자를 살펴보면 자정부터 오전 6시까지 726건의 화재와 23명의 사망자가 발생했고, 오전 6시∼낮 12시에는 화재 1천437건, 사망자는 14명이었다. 화재 발생 시 빠른 대처가 어려운 밤 12시부터 오전 6시 사이에 화재 발생률 대비 높은 사망률을 보였다.
단독 경보형 감지기와 같이 위험을 알리는 장치가 구비됐다면 소중한 생명을 지킬 수 있었다는 지적이다.
/김민지기자 mangchi@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