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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록 앞에서

등록일 2022-06-30 18:09 게재일 2022-07-01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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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덕순

꽃을 여윈 나무들이

연 초록으로 일어서면

내 몸도 물이 오른다

 

얼마나 허리둘레가 늘었니?

눈 도장 찍는

 

바람이 건네주는 그늘 아래

잠시 앉아 볼 때

목젖까지 그리움이 올라오고

 

내가 할 일은

누군가에게 숨통을 열어주는

여름 숲으로 우거지는 것(부분)

나무들의 연 초록은 이별한 꽃에 대한 그리움의 색이다. 시인은 이에 동화되어 “목젖까지 그리움이 올라”온다. 이때 시인은 나무가 그 초록으로 “여름 숲을 우거지”게 한다는 것을 깨닫는다. 나무는 그리움의 초록으로 ‘일어서’서 “누군가에게 숨통을 열어”준다는 것. 시인은 그리움으로 고통스러울지라도, 나무들처럼 우거져 타인에게 숨통을 열어주는 일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 일은 바로 시 쓰기일 터이다.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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