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료 한잔 시켜놓고 온종일<br/>한낮 주 이용층은 80∼90대<br/>냉방비 걱정 덜고 답답함 풀어<br/>매장 측 “편하게 있다 가시라”<br/>장시간 머물러도 눈치 안 줘<br/>고령층 ‘만남의 광장’으로 거듭
햄버거 등을 판매하는 패스트푸드점이 무더위속 노인들의 훌륭한 피서지 역할을 하고 있다. 냉방장치가 가동되는 실내에다 시원한 먹거리를 즐길 수 있고, 장시간 이용해도 부담이 덜해 냉방비가 부담스러운 고령층 이용자가 몰리는 것이다.
6일 오후 1시 포항시 북구 중앙동 한 패스트푸드점에는 노인 10여명이 삼삼오오 모여 있었다. 이날 포항의 낮 최고기온 30℃. 최근 들어 이 같은 무더위가 이어지면서 노인들은 무더위를 피하고 점심을 해결하기 위해 이곳을 찾은 것이다.
노인들은 얇은 여름옷에 햇빛을 가려줄 양산을 쥐고 매장 안이 잘 보이는 자리에 일렬로 앉아 햄버거 대신 차가운 음료와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이야기를 나눴다. 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바깥과 달리 실내는 24℃를 유지해 시원했다.
김모(85·여·북구 중앙동)씨는 “집에 혼자 있으면서 에어컨을 켜면 전기료도 걱정되고 답답함을 풀고자 밖으로 나오게 된다”며 “여기오면 사람도 구경할 수 있고 시원하게 시간을 보낼 수 있어서 매일 찾는 편이다”고 말했다. 김씨와 함께 매장을 이용하던 황모(90·여·북구 중앙동)씨는 “코로나 때문에 폐쇄됐던 경로당에 다시 가보니 처음 보는 사람도 많고 괜히 눈치가 보여 이쪽으로 온다”며 “시원한 곳에서 음료 한잔 마시며 동네 친구와 있는 게 더 좋은 것 같다”고 전했다.
일자리를 구하기 어려운 고령층의 경우 수입이 없거나 적은 경우가 많아 1∼2인 소수가구인 노인 가정에서는 냉난방 전기세가 부담스러운 상황이다. 하지만, 동네 가게에서 매일 2천~3천원 정도를 사용하면 기온이 높은 오후 동안 시원한 여름을 보낼 수 있어 어르신들의 ‘만남의 광장’으로 거듭나게 된 것이다.
지역의 한 패스트푸드점 관계자는 “주 연령층은 80∼90대이시고, 하루 30∼40여명이 냉난방비 부담이 없는 매장을 자주 찾으신다”며 “아무래도 개인사업장은 장시간 오래 앉아있는 손님을 꺼려하는 곳이 많은데 여기서는 편하게 있다 가라고 하시니 좋아하시는 것 같다”고 말했다.
/김민지기자 mangchi@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