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선
숨어든 방안에서 홀로 어둡다.
맨 몸 켜켜이
바랜 누더기 같은 비애가 마른다.
어둠이 따뜻하다는 것, 이제 알겠다.
기다림은 없다, 없으므로
딱딱하게 굳어진 초인종 더는 누르지 못하고
다들 망설이다 되돌아 갈 것이다.
빈 옷장 같은 방
열어젖히듯 떠나버릴 것이다.
젖은 채 개어 넣는 몸속
거품 같은 씨앗 한 움큼
말라가며 자란다.
내성(耐性)이다. (부분)
시인은 어느새 “바랜 누더기 같은 비애가” 말라가는 삶을 살고 있다는 것을 깨닫는다. 시인의 몸은 욕망이 아니라 비애로 젖는다. 하여 그는 몸속에 “젖은 채 개어 넣”어져 말라가는 삶을 살게 될 것이다. 하나 “거품 같은 씨앗 한 움큼/말라가며 자란다”는 것을 시인은 깨닫는다. 자신이 고독한 삶을 견딜 수 있는 삶의 내성을 얻었으며, 내면에 시라는 ‘거품’으로 변환되는 씨앗이 자라고 있었음을 발견한 것이다. <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