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 기자회견서 ‘윤핵관 호소인’에 거론되며 저격 당한 김정재 의원 <br/>“국민에 큰 울림 전달될것”… 친이계 김병욱 의원은 호위대장 자처<br/> 大選·地選부터 다른 길 걷던 두 의원, ‘차기 공천’ 영향력 향방 주목
포항에 지역구를 둔 재선의 김정재(포항북) 의원과 초선의 김병욱(포항남·울릉) 의원이 주말 정국을 달궜다. 국민의힘 이준석 전 대표의 거취 논란 과정에서 공교롭게도 포항 출신 두 국회의원이 찬반 진영 한복판에 등장한 것이다. 지역정가에서는 이번 사태가 몰고 올 정치적 파장에 비상한 관심을 보였다.
두 의원의 행보가 극명하게 대조를 보이며 정국을 달군 계기는 이 전 대표의 기자회견이 촉매제가 됐다. 이 전 대표는 지난 13일 국회 소통관에서 징계 후 첫 기자회견을 열고 김정재 의원 등을 윤핵관 호소인으로 표현하며 “정당을 경영할 능력도, 국가를 경영할 능력도 없는 사람들”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이들을 향해선 “(다음 총선에서) 모두 서울 강북 지역 또는 수도권 열세 지역 출마를 선언하라”고 요구했다.
김정재 의원이 윤핵관 호소인으로 불리게 된 것은 그동안 방송 등에서 패널로 나와 윤석열 대통령과 친윤계는 옹호하면서 이 전 대표에게는 날카로운 공격을 한 것 등이 작용했을 가능성이 높다. 지역 정가에서는 이 전 대표의 김정재 의원 윤핵관 호소인 발언을 의외로 받아들였다. 그 정도로 깊숙이 관여된 것인가부터 향후 정치 여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등 많은 말들이 오갔다.
이 전 대표의 폭탄 기자회견 이후 김정재 의원은 현재 별다른 대응을 하지 않고 있다. 김 의원의 페이스북에 “의원님 윤핵관 호소인이십니까”라는 질문이 올라와 았지만 아무런 답변을 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반면, 김병욱 의원은 이 전 대표의 기자회견 직후 즉각 엄호에 나서며 친이준석계 색채를 확실히 드러냈다. 김병욱 의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이 전 대표는 권위주의적 권력구조에 기생하는 여의도의 기성 정치권을 정밀 폭격했다”며 장문의 소감문을 남겼다. 그는 “여의도 정치를 사람도 조직도 아닌 자유, 민주주의, 인권 등 가치에 충성하는 정치로 탈바꿈시켜야 한다는 절규가 국민들에게 큰 울림으로 전달될 것”이라며 “국민의힘과 우리 정치권은 이준석이라는 문제적(?) 리더로 인해 더 크고 시급한 개혁의 과제를 부여받았고 서둘러 그 답을 내놓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그는 “배지(국회의원)는 권력을 못 이긴다. 하지만 정작 그 권력은 민심을 못 이긴다”면서 “이준석은 여의도에 ‘먼저 온 미래’다. 부끄럽고, 미안하다”고 했다. 이 전 대표의 기자회견 후 대구·경북(TK) 정치권에서 이 전 대표 엄호에 발언 수위를 높인 의원은 찾기 어렵다. 김병욱 의원이 이 전 대표의 호위대장을 자처한 셈이다. 이를 두고 지역 정치권에서는 “김병욱 의원이야말로 이핵관 중 이핵관”이라고 입을 모았다.
김정재·김병욱 의원이 정치적 행보를 달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대선 당시 김정재 의원은 윤석열 대선 후보를, 김병욱 의원은 유승민 전 예비후보를 지지했다. 지난 지방선거에도 이강덕 포항시장 공천 문제를 놓고 이견을 드러냈다. 김정재 의원은 이강덕 컷오프, 김병욱 의원은 이강덕 경선을 요구한 바 있다.
두 사람의 이 같은 행보는 개인 소신에 따른 것이지만 이로 인해 2024년 공천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지역 정치권의 이목이 집중될 수밖에 없다. 차기 당권에서 윤핵관을 주축으로 한 친윤계가 당권을 장악한다면 윤핵관 호소인 등은 공천에 다소 유리한 상황이 될 수 있다. 반면, 비윤계가 당을 장악하거나 윤 대통령의 지지율이 총선 때까지 20%대에 머물게 된다면 윤핵관 및 윤핵관 호소인들을 향해 총선 불출마 또는 수도권 험지 출마 요구가 당내에서 분출할 가능성이 있다.
지역 정치권 한 관계자는 “두 의원의 행보는 차기 공천을 둘러싼 나름 계산에 의한 것으로 봐도 무방하다. 향후 공천에서 누가 유불리 할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하겠지만 한 사람은 손상을 입을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일각에선 “아무리 윤핵관 호소인, 친이준석계라고 하더라도 공천시즌이 되면 다양한 변수들이 존재하는 것이 정치권이어서 아작은 시기상조”라는 시각도 있다. /박형남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