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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정부 사전엔 ‘지방’은 없다? ‘54분 회견’ 한번도 언급 않아

박형남기자
등록일 2022-08-17 20:30 게재일 2022-08-18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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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운영 구상 밝힌 기자회견<br/>100일 성과 책자서조차 ‘전무’<br/>지역기자단에겐 질의 기회도<br/>제대로 주지 않아 ‘홀대’ 논란
윤석열 대통령이 17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취임 100일 기자회견 ‘대통령에게 듣는다’에서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

17일 열린 윤석열 대통령의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 ‘지방’은 없었다. 이날 기자회견은 예정된 40분을 넘겨 54분간 진행됐다. 윤 대통령은 100일간의 성과와 앞으로의 국정 운영 구상을 밝히며 ‘국민’을 20번, ‘경제’를 18번, ‘산업’을 15번, ‘기술·원전’을 10번 언급했다. 그러나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지방’ 언급은 없었다.

‘균형발전’이란 표현 역시 없었다. 윤 대통령이 취임 당시 “지방시대를 열겠다”고 공언했던 것과는 대조적이다. 오히려 수도권 대학의 규제를 풀고 공장 신설 요건을 완화하는 등 수도권 쏠림을 부추기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이를 두고 윤석열 정부에서 지방을 외면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 윤 대통령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 앞서 대통령실이 배부한 ‘윤석열 정부 국민과 함께한 100일’이라는 성과를 정리한 책자에 ‘지방’, ‘균형발전’과 관련한 내용은 찾아볼 수 없었다. 심지어 ‘우주시대’에 대한 비전과 계획은 있지만 실질적으로 필요한 지역균형발전 등 지방시대 내용은 담겨 있지 않았다. 오히려 △청와대 개방 △대통령실 용산 이전 △도어스테핑 △민정수석실 폐지 등 성과만 나열해 놓은 게 전부였다.


나아가 윤 대통령 취임 100일 기자회견 모두발언에도 ‘지방’에 대한 언급은 전혀 없었다. 100일 동안 추진해온 윤석열 정부의 주요 국정 과제에 대해 20분 동안 설명했지만 지방이나 균형발전 관련한 성과는 전무했다. 나아가 지역균형발전위원회와 자치분권위원회가 통합돼, 지방시대위원회가 출범함에도 이에 대한 향후 로드맵조차 제시하지 않았다.


윤 대통령 모두 발언 이후 이어진 기자들과의 질의 응답 시간에도 ‘지방’은 철저히 외면당했다. 이날 사회를 본 강인선 대변인은 질문을 받기 전 “사전에 주제를 정하거나 질문자를 먼저 정하거나 하지 않았다”고 밝혔지만 대변인이 사전에 기자단 간사들을 중심으로 질문자를 정해 놓은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올 정도로 제한적이었다. 실제 이날 질의응답에 나선 기자들 가운데 지역 기자에게 주어진 질문은 단 한 번에 불과했다. 그것도 지역기자단 간사에게만 주어진 기회였다. 지역기자단 차원에서 준비한 국가 균형발전 등에 대한 질문은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았다.


결과적으로 지방도 없었고, 지방균형발전을 위한 성과조차 없었던 윤석열 취임 100일 기자회견이 된 셈이다. 일련의 과정에 대해 정치권 안팎에서는 “대변인 등 홍보라인의 정무적 감각이 미흡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대변인 등 홍보라인 교체 여론이 나오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에 대해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번 연설에 지역을 특정해서 발표하지는 못했지만, 새 정부가 추진하는 정책마다 지역의 정책이 다 녹여져 있다고 이해해 달라”면서 “내달부터 윤 대통령께서 직접 지방 민생 현장을 방문하는 계획이 예정돼 있고, 순차적으로 새 정부의 지역 정책의 구상이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대통령직인수위 지방균형발전특위 위원을 맡았던 한 인사는 “인수위가 채택한 균형발전 정책들이 발표 후 100일동안 추진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아쉽다”면서 “윤석열 정부의 균형발전 정책을 시행할 국가균형발전위원회 같은 기구가 새롭게 인적구성을 하지 못한 것이 원인”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이어 “균형발전이나 지방분권은 대통령의 의지가 가장 중요하다”며 “9월에 출범하는 지방시대위원회가 제대로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정권 초기에 균형발전의 확고한 동력을 확보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박형남기자 7122love@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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