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중일
오래전 잡았던 손이
여전히 내 손안에 있어요
오래전 놓았던 손이 내 손을
방한장갑처럼 끼고
아직도 추운 내 손안에 있어요
발바닥부터 정수리까지
울리는 손뼉 소리
나는 당신의 손이 날아가지 않게
주먹을 꼭 쥐고
당신의 손은 내 손을 빌려 끼고
내가 막 사랑하기 시작한 다른 사람의 손을 잡아요
당신의 손안에도 내 손이 가득하죠
내 손이 당신의 손을 찢긴
장갑처럼 끼고 있어요
나는 당신의 손을 모아
밤마다 기도할 거예요
시도 때도 없이 벼락처럼 기도할 거예요(부분)
타인의 손과 나의 손이 중첩된다. 그러나 타인의 손이 지닌 타자성은 사라지지 않는다. 그래서 “발바닥부터 정수리까지 울리는 손뼉 소리”가 날 수 있다. ‘나’의 손과 ‘당신’의 손이 맞부딪치며 나는 그 소리는, 우리의 삶이 타자와의 마주침을 통해 이루어진다는 것을 말해준다. ‘나’의 몸속으로 따스하게 들어왔던 그 사랑의 손(타자)들은 ‘내’가 또 다른 타인과 손을 맞잡으며 새로운 사랑을 할 수 있도록 이끈다. <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