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재
건물을 올리며 네명이 죽었다
자연스러운 일이다
자연스러운 일이다
건물은 보편적인 각도와 높이의 계단을 밟고
차근차근 벽들을 소모하고 삽과 젓가락을 소모하고 함바집 할머니를 소모하고
간이 화장실과 병실 침대를 소모하고 짱돌을 무더기로 소모하고
본래 이곳에 있던, 집으로 구축된 집들이 소모되며
누군가 기쁘고
누군가 슬펐다
자연스러운 일이다 건물을 올리며 세명이 더 죽었다
자연스러운 일이다 (부분)
“본래 이곳에 있던, 집”을 허물고 새로운 건물을 세우는 공사판. 이곳에서 네 명이 죽고 세 명이 더 죽지만, 이는 이 사회 시스템의 입장에선 공사 중에 자연스레 일어나는 소모일 뿐이다. 이들은 공사에 소모되는 벽돌이나 삽과 젓가락, 간이 화장실과 병실 침대, 짱돌, 그리고 원래의 집과 ‘동등한’ 소모품인 것, 그 현장에서 살고 있었던 “함바집 할머니”도 저 죽은 노동자들처럼 내팽겨 쳐져 소모된다. <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