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우기
파도가 삼킬 수 없는 만큼만 남아
그렇게 조용히 부드럽게
너무 엄청나서
마치 육지인 것처럼 착각하여
내일을 모르는 물개가 되어
유빙에 올라앉은 방랑자처럼
날카로운 각을 허물며
수 없이 무너져 내리는
마침내 뜨거운 적도의 바다까지 가서
사람들 기억 속 오래오래 기억되겠지
마지막 빙산의
마지막 헤엄을
빙신의 해빙이 가져올 결과를 우리는 이미 알고 있다. 해수면이 상승하고 많은 도시가 물에 잠기게 될 것이라는 것을. 적도까지 내려가면서 바다에 용해되어버릴 빙산의 존재는, 인류의 안위를 상징한다. 인류의 운명이기도 한 빙산의 운명은 “마치 육지인 것처럼 착각하여” “유빙에 올라앉은” 물개처럼 “내일을 모르”게 되었다. 다만 방랑자처럼 바다를 떠돌 뿐이다. 하지만 그 방랑이 끝날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