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이화
오랜 연인이 마주 앉아
국화차를 우린다
더 오래는 꽃과 하나였던 향기가
그러나 마른 꽃잎 속에서
말라붙은 눈물처럼 깡말라가던 향기가
다시금 따뜻한 찻물 속에서
핑그르르 눈물 돌듯 그렁그렁 되돌아왔다
마치 한순간도
한몸이었던 걸 잊은 적 없는 것처럼
선을 넘는다는 것은 그런 것인가?
수천 번 으깨고 짓뭉개도
끝내 서로를 버리지 못하는 꽃과 향기처럼
보내지도 돌아서지도 못하는 마음으로
그대도 도리 없는 꽃일 터인가? (부분)
꽃잎이 “따뜻한 찻물 속에” 들어가자 향기가 되돌아온다. 향기엔 육체가 없다. 그것은 찻물이라는 젖은 꿈에 의해 상상되는 육체 없는 대상인 것, 그러므로 국화꽃잎의 향기와의 사랑은 꿈속 대상과의 사랑이다. 꿈이 사랑을 재생한다. 아마 꽃잎의 그리움이 꿈을 꾸게 만들었으리라. 그 꿈은 꽃잎을 향기롭게 만든다. 즉, 사랑을 이루려는 욕망이 꿈을 꾸게 만들고 꿈 쪽으로 삶을 움직여 삶에 존엄성을 부여한다. <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