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우리
스며든다는 건
온 생을 걸려 닮아가는 일이다
천천히 스며들어
젖어드는 줄 모르고 있다가
헤어질 때가 되어야 비로소
흠뻑 젖은 나를 발견하는 일이다
나로 물든 너를 바라보는 일이다
그제야 마주 보고 깔깔거릴 수 있겠다
그리고 웃는 얼굴로 인사할 수 있길
Good Bye!
시에 따르면, 스며듦은 “온 생을 걸려” 이루어진다. 하여 스며듦은 서로를 닮게 해서 상대방이 자신처럼 익숙해지도록 만들고, 우리는 서로 스며들어 있음을 인지하지 못한다. 스며듦을 발견하도록 하는 사건은 이별이다. 이별할 때 우리는 비로소 서로가 서로에게 흠뻑 젖어 들어갔음을, 사랑하고 있었음을 발견한다. 그래서 역설적으로 헤어질 때가 되어야 우리는 “마주 보고 깔깔거릴 수 있”는 것이다. <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