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OpenAI사에서 만든 대화형 인공지능 ChatGPT가 화제다. 독일의 통계 자료 사이트인 Statista에 따르면 ChatGPT는 공개 이후 100만 가입자를 확보하는 데에 단 5일이 걸렸다고 하며, 넷플릭스(3.5년), 트위터(2년), 페이스북(10개월), 인스타그램(2.5개월) 등에 비교해 ChatGPT를 둘러싼 대중의 관심은 지금껏 우리가 마주하지 못한 규모의 것이라 할 수 있다.
그간 여러 유형의 대화형 인공지능, 특히 사용자와 주고받는 대화에서 질문에 답하도록 설계된 언어모델형 AI가 여러 유형이 있었음에도 ChatGPT가 화제가 되고 있는 까닭은 이 프로그램이 우리의 상식을 월등히 뛰어넘는 인공지능을 갖추고 있기 때문. 가령 특정 연산을 수행하는 컴퓨터 코드를 알려달라고 하면 ChatGPT는 이에 해당하는 코드는 실시간으로 알려주면서, 이를 활용할 수 있는 방법까지 제시한다. 공학적 지식뿐만 아니라 철학적 질문을 던지면 ChatGPT는 답변을 제시하면서 자신의 추가적인 생각을 덧붙여 알려준다. 흡사, 모니터 너머에 지식의 신이라도 기거하고 있다는 듯.
신이라고 말하긴 했지만, ChatGPT는 아직 완벽하진 않다. 인터넷 정보를 기반으로 질문자에 답변하며 학습해나가는 탓에 부적절하거나 잘못된 답변을 제기하는 경우도 있으며, 아직 보편화되지 않은 분야의 질문에 대해서는 제한된 지식만을 갖추고 있어 적절한 답변을 제공하지 못한다. 조금 평가 절하를 해보자면, ChatGPT는 모든 지식을 갖춘 신이 결코 아니다. 다만 일반 포털 사이트의 정보 검색 능력이 고도로 강화된, 그리하여 신뢰도에 있어 기존의 포털 사이트의 검색 값과 신뢰도를 월등히 뛰어넘는 강화된 검색 엔진에 가깝다.
그럼에도 ChatGPT로 인한 변화는 이미 우리 생활을 변화시키고 있다. 최근 사례를 말해보자면, 대학계에서는 ChatGPT를 활용한 과제물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에 대해 고심 중이다. 가령, ChatGPT를 이용해 만든 코딩 과제, 혹은 에세이 과제는 표절인가 아닌가. 이것이 표절이라면 어떤 대상을 표절한 것인가. ChatGPT를 이용한 과제물에 대해서 어떤 평가를 내리는 것이 정당한가. 실제 서울대를 비롯한 여러 대학에서는 이미 ChatGPT를 활용한 부정행위를 방지하기 위한 프로그램을 제작하고 있다. 그 외에도 여러 대학에서는 ChatGPT 활용을 부정행위로 간주하겠다는 공고를 한다.
아마도 대학은 학생들의 ChatGPT를 비롯한 대화형 인공지능 프로그램의 활용을 결코 막지 못할 것이다. 새삼스러울 것도 아닌 것이, 인터넷의 보편화 이후 학생들의 과제물 표절 문제는 너무나 광범위하고 보편적으로 일어나고 있다. ‘해x캠퍼스’를 비롯한 과제물 판매 사이트에서부터 각종 백과사전식 지식 제공 사이트에 이르기까지, 과제물을 대신할 수 있는 경로는 다양하다. 때문에 대학 역시 학생들의 표절 여부를 가리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취하고 있으나, 그와 같은 접근을 원천봉쇄할 수 있는가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생각이 든다.
상황이 이러하니, 오히려 대학에서 ChatGPT를 비롯한 인공지능형 기술의 사용법을 학생들에게 부분적으로 가르치는 것이 필요하지 않을까. 이미 대다수의 과제는 위키로 통칭되는 사전형 지식 사이트의 정보를 참고하고 있으며, 평가의 기준은 지식의 적확성이 아닌 그것을 활용하는 학생의 능력이라는 점을 생각해보자. 우리가 지금 해야 할 것은 어떻게 ChatGPT의 활용을 막을 것인가가 아니라, 그것이 대체 무엇이며 어떻게 활용해야 하는가에 대해 고민하는 것이 아닐까. 예컨대 기술의 윤리적 활용 방안에 대해서 말이다.
여기에는 하나의 단서가 따라붙는다. 우리는 과연 ChatGPT의 답변을 100% 신뢰할 수 있을까. ChatGPT는 과연 인간과 다른 방식의 판단능력을 가진 과학이 만든 타자인가. 사람들이 ChatGPT가 내놓는 답변에 열광하는 모습을 보고 있자면, 그런 생각이 든다. 우리는 ChatGPT의 성능에 열광하는 것이 아니라, 열광할 수 있는 대상을 기다려온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 예컨대, 나를 대신해 정답을 말해주고 가야 할 길을 알려주는 내 생의 독재자 말이다. 대상에 대한 잘못된 가치평가는 잘못된 열광을 낳으며, 잘못된 열광은 늘 비극으로 끝난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건 열광도, 금지도 아닌 대상에 대한 적확한 지식이다.
과학은 우리를 자유롭게 하지 않는다. 우리를 자유롭게 하는 것은 과학을 대하는 우리의 인식과 태도다. 지금 우리가 가진 인공지능에 대한 환상과 기대를 재고하는 것, 그것이 가장 시급하다. 인공지능은 당신의 삶을 인도할 대타자가 아니라 다만 도구에 불과할 것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