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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를 존중해야 하는 이유

등록일 2023-05-07 19:59 게재일 2023-05-08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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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영희 작가
유영희 작가

바야흐로 5월이다. 기후 변화로 계절의 여왕이라는 타이틀은 4월에 내준 것 같지만, 기념일이 많아서 그런지 여전히 5월은 일 년 중 가장 활기찬 것 같다. 5월 기념일의 시작은 ‘근로자의 날’이지만, 전 국민의 관심을 끄는 첫 기념일은 아무래도 ‘어린이날’이다. 어린이날을 제정한 방정환 선생은 아동이 독립적인 인격체로 활약하는 ‘칠칠단의 비밀’ 같은 소설을 쓰면서 어린이의 인격을 높였다. 그런 노력 덕분에 지난 100년 동안 어린이의 인권은 많이 개선되었지만, 아직 만족할 만한 수준은 아니다. 그때와 양상은 다르지만 아직도 어린이를 제대로 존중하지 못하는 부모가 많다. 자기 아이를 때리거나 굶겨서 죽게 하는 사례는 너무 극단적이니 예외로 하더라도 일상에서 일어나는 학대 아닌 학대는 비일비재하게 일어나고 있다.

언젠가 동네 백화점에서 에스컬레이터를 탔는데 엄마와 아들이 앞에 올라가고 있었다. 초등학교 1, 2학년쯤 되어 보이는 그 아들이 엄마에게 자기 희망을 이야기했더니, 그 엄마가 느닷없이 ‘너한테 그동안 들어간 돈이 얼만데 지금 너 성적을 봐라, 네 주제에 무슨…’ 하면서 야단을 쳤다. 그 엄마 말에 하도 놀라서 그 아이의 꿈이 무엇이었는지는 기억이 안 난다.


며칠 전 지하철에서 만난 아기 엄마도 생각난다. 그 엄마는 한 살도 안 되어 보이는 걷지도 못하는 아기를 유모차에 앉혀놓고 태블릿을 세워놓고 만화 영화를 보여주며 아이는 쳐다보지 않고 자기는 일행과 대화하며 가고 있었다.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저렇게 하는지 그 엄마에게 따져 묻고 싶었다. 지난주 어린이날 방영된 ‘요즘 육아 금쪽같은 내 새끼’ 145화에서도 오은영은 상담하는 6살 아이에게 엄마가 오랫동안 영상을 틀어준 것을 지적하면서 24개월 미만의 아이에게 영상을 틀어주면 ADHD 발병률이 높아지고 자폐 증상처럼 상호작용을 못할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나무랐다. 실제로 그 아이는 사회성 발달에 문제를 보였고 알파벳에만 집착했다.


자녀가 사회에서 성공적인 삶을 살기를 바라지 않는 부모는 없다. 그러나 그렇게 되기 위해정상적인 발달을 촉진할 수 있는 적절한 자극을 주는 부모는 많지 않다. 어설픈 육아 지식으로, 부모의 고정관념으로, 바쁘다는 이유로, 심지어는 부모의 욕심으로 아이에게 무리하거나 잘못된 자극을 주는 경우가 많다. 때리거나 굶겨야만 학대는 아니다. 존중하지 않는 것은 모두 학대다. 그런데 많은 부모가 무지 때문에 또는 탐욕 때문에 아이를 무시하고 함부로 대한다.


오은영은 잘못된 양육으로 가장 피해보는 사람은 아이라고 한다. 그러나 부모 역시 고통받는다. 에스컬레이터에서 만난 그 아이가 커서 부모와 좋은 관계를 맺을 가능성은 없다. 지난 주 방영된 아이의 부모 역시 고통 받다가 방송에 출연한 것이다. 아이를 존중하는 데 거창한 지식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 중국 고전 ‘시경’에 ‘아이를 키울 때 정성을 다하면 크게 벗어나지는 않는다’는 말이 있다. 아이는 물론이고 부모 자신을 위해서라도 가슴으로 아이를 존중하는 것이 옳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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