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전국철도노동조합의 파업이 있었다. 40% 내외의 열차가 운행 중지되었다. 필자도 서울에 다녀올 일이 있었는데 급하게 일정을 조정해야 했다. 파업의 가장 큰 요구 사항은 수서행 KTX 운행, 궁극적으로는 KTX와 SRT의 통합 운영을 통한 지방 소외 해소다. 9월 초부터 포항역에서도 SRT를 탈 수 있게 되었으나 하루 2회 운영에 불과하며 대신 부산-수서 SRT 노선이 줄었다. 결국 지방민들이 겪는 불편의 총량은 줄이지 못한 채 아랫돌 빼서 윗돌 고이기인 셈이다. 변두리 지역과 그곳에 사는 사람들을 고려하지 않은 교통수단의 발달이 결국 “우주에 존재하는 외로움의 총합을 늘려 갈 뿐”이라던 한 작품이 떠올랐다.
우리나라는 물론 중국과 일본에서도 폭발적인 반응을 불러일으켰던 김초엽 작가의 베스트셀러 표제작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은 성간여행이 일상적인 우주 개척 시대에 이산가족이 되어버린 사람들의 이야기다. 주인공 안나는 먼저 이사한 가족을 따라 슬렌포니아 행성계로 가려 한다. 그런데 슬렌포니아로 향하던 ‘워프 노선’이 훨씬 빠른 ‘웜홀 통로’의 개발에 밀려 운항을 중단한다. 슬렌포니아 근방에는 웜홀 정류장이 없다. 별안간 안나와 가족은 빛의 속도로 가도 살아있는 동안에는 닿을 수 없는 머나먼 거리로 가로막혀 버린 것이다. 안나 말고도 이산가족이 적지 않았지만, 우주 연방 정부는 그 외로움들을 무시한다. 그들을 일일이 고향으로 보내기에는 경제성이 떨어진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제주에서 가장 먼 곳은 어디일까? 보통 서울이나 인천쯤으로 생각하지만, 제주도민의 체감상 더 먼 곳은 대전이라고 한다. 대전에는 공항이 없기 때문이다. 그러면 포항에서 가장 먼 곳은 어디일까? 고속철을 타도 오송이나 대전을 거쳐 크게 돌아가야 하는 광주는 서울보다 40분 더 멀다. 2004년에 우리나라에 고속철이 처음 놓이고 20년이 넘도록 영호남을 직통으로 잇는 고속철도가 없었다는 것은 충격적이다. 영호남의 오랜 갈등과 불균형한 발전은 이런 상황의 원인일까, 결과일까? 최근 들어서야 진주-광양, 부전-마산 등의 노선이 이어지고 있다. 달구벌 대구, 빛고을 광주의 첫 글자를 따 두 도시를 잇는 ‘달빛고속철도’도 2030년 개통 예정이다. 그런데 수요와 경제성을 따지는 예비타당성 조사를 통과하기 어려워 특별법 제정까지 필요하다고 한다.
지난 6월 윤 대통령은 ‘평택~오송 고속철도 2복선화 착공 기념식’에서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어디에 살든 공정한 기회를 누릴 수 있어야 한다”며 보다 촘촘한 교통인프라 구축이 “살기 좋은 지방시대”를 만들기 위해 필수적임을 강조했다. 어느 곳의 교통을 먼저 확충할 것인가는 결국 선택의 문제다.
지방이 소외되지 않는, 외로움의 총합을 늘리지 않는 교통인프라는 기술의 발전이 아닌 인간의 고민으로 이뤄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