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최애의 아이’라는 일본 애니메이션이 인기를 끌었다. 오프닝 곡에 안무를 따라 하는 SNS 챌린지가 유행할 정도로 대중적으로 주목을 받았다.
주인공이 ‘아이’라는 아이돌의 아들로 환생한다는 판타지적인 설정으로 시작하지만, 주로 다루는 내용은 연예계의 뒷사정이다. 아이돌이 당하는 스토킹 범죄, 연예인에게는 사치로 여겨지는 사생활, 연예계에서 거물 PD가 행사하는 영향력, 연애 리얼리티 쇼 출연자에 대한 악플 공격과 언론 폭력 등 지금 우리나라 사회에서도 이슈가 되는 주제가 연이어 등장한다.
2023 문윤성 SF 문학상 장편 대상을 받은 단요 작가의 ‘개의 설계사’도 연예계의 화려하고도 비틀린 속성을 소재로 삼았다. 최정상급의 인기를 누리는 슈퍼스타, 슈퍼스타가 기르는 로봇 개, 그 로봇 개의 인공지능을 설계한 설계사가 주요 인물로 등장한다. 로봇 개는 대중의 관심에 시달린 슈퍼스타 소녀의 정신적 방황과 일탈을 지켜보며, 전 애인의 자살이라는 거대한 스캔들에도 관여한다.
한편으로 이 작품은 인공지능을 축으로 삼아 인간의 감정이 무엇인지 깊이 파고든다. 인공지능이 인간의 일을 대신하며 기본소득이 정착된 사회, 그러나 일부 인간은 더 풍족한 삶을 위해 여전히 일을 한다. 주인공은 인간의 친구가 될 감정형 인공지능을 설계한다. 그런데 역설적으로 설계사 본인에게는 일반적인 도덕관념이 결핍되어 있어서, 문제없이 사회생활을 하려면 상대의 반응을 끊임없이 시뮬레이션해야 한다. 일상 대화 속에서조차도 무엇이 사회적으로 용인되는 대답인지 고민하는 것이다. 어쩌면 자신이 설계하는 인공지능과도 닮은 모습이다.
그의 고민을 따라가며 독자는 ‘사회적으로 용인되는’ 감정이 얼마나 비합리적이고 이상한 방식으로 작동하는지 새삼스레 발견한다.
인터뷰에 따르면 작가는 감정과 애정의 ‘본질적인 징그러움’이 윤리와 어떻게 뒤엉키는지를 그려내고 싶었다고 한다. 대중이 연예인의 사생활에 보이는 지나칠 정도의 관심을 생각하면 ‘징그러운 애정’이라는 표현이 단번에 와닿기도 한다.
연예계를 둘러싼 엔터테인먼트 사업과 인공지능은 언뜻 생소한 조합이다. 그러나 소설은 징그러울 정도로 뒤틀린 감정들이 증폭되는 현장을 인공지능의 관조적인 관점에서 바라봄으로써 SF의 미덕인 ‘낯설게 보기’를 선사한다. 외로워하던 슈퍼스타를 그의 인공지능 로봇 개만이 위로할 수 있었다는 점도 의미심장하다. 더불어 작가가 영향을 많이 받았다는 제임스 그레이엄 밸러드의 작품처럼, 기존 사회에 견고한 도덕이나 질서를 아랑곳하지 않는, 또는 부러 그 틈새를 집요하게 공략하고 비틀어 엶으로서 세계를 확장하는 과감함도 고유한 매력이다.
연예인의 사생활이 예능 프로그램으로 만들어지는가 하면, 일반인의 연애사가 리얼리티 쇼로 화제를 끄는 요즘이다. 관심을 먹고 사는 사업이라는 미명 하에 개인에게는 잔인한 폭력이 가해지기도 한다. 인공지능이 등장하며 인간성이 무엇인지 되묻는 시대에, 우선 우리의 감정이 무엇에 바탕하고 있는지 그 밑바닥을 들여다보는 용기가 필요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