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가기 버튼

파괴

등록일 2023-10-30 19:22 게재일 2023-10-31 18면
스크랩버튼
김광렬

어디서나 푸른 숲들은 아프다 한다

불법 다이아몬드 채취꾼들이 마구잡이로 파헤치는

지구의 대형 산소 공급원이며

날것 자연 슈퍼마켓인 아마존 밀림

싸움터로 나가는 전사들처럼 얼굴에 전투 문신을 그린

원주민들이 정부 환경정책담당관을 만나

철저히 단속해줄 것을 요청하지만

글쎄, 영 미덥지 않은 눈치다

한편 우리는 어떨까?

저 남미(南美) 아마존의 원시림처럼

마구잡이 벌채를 하고 땅 갈아 엎고 그 위에

우뚝 제주2공항을 건설해도 괜찮은 것일까

푸른 숲과 땅이 벌건 맨살을 드러내고

온몸 뒤틀며 몹시 아프다고 신음할 것 같다

아마존 밀림 개발이 허용된 후 밀림이 ‘마구잡이로’ 훼손되고 있다고 한다. 시인은 남미에서 일어나고 있는 자연 훼손이 그 지방만의 문제가 아님을 환기한다. 한국만 하더라도 제주2공항을 건설한다고 숲과 땅이 파헤치고 있는 것이다. 지구 훼손은 한 나라만의 일이 아니라 그야말로 인류 모두의 문제라는 것을 시인은 말해준다. “얼굴에 전투 문신을 그린/원주민”이나 우리는 같은 지구 위에 살고 있기 때문이다 <문학평론가>

이성혁의 열린 시세상 기사리스트

더보기
스크랩버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