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일 앞둔 총선 TK지역 관전 포인트는?
2024년 갑진년 (甲辰年) 새해가 밝았다. 올해는 정치권의 지각변동이 심할 전망이다. 가장 큰 정치 이벤트인 22대 총선을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윤석열 정부 임기 중 치러지기에 정부·여당에 대한 중간평가이자 대선 전초전 성격을 띤다. 대구·경북(TK) 역시 바람 잘 날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 TK정치권에선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에 임명된 후 세대교체를 단행하고, 공천 방향을 고민하고 있는 한동훈 비대위원장의 선택이 최우선 관전포인트가 될 전망이다. 이와 함께 △현역의원 물갈이 △이준석 신당 성공 여부에 따라 지역 정치권이 확 바뀔 수 있다.
◇ 세대 교체 나선 韓, TK에 칼끝
지역정가 벌써 대거 컷오프 소문
전문가들 “물갈이폭 역대 최대”
◇ 이준석 신당 태풍? 미풍?
영남권 보수 표심 놓고 대결 관심
세 확산 여부 따라 선거전 치열
◇ 바뀐 지역 선거구도 큰 변수
군위·울진·대구 동구을 등 개편
확정 때까지 유권·출마자 혼선
△ 세대교체 나선 한동훈, TK정조준
TK 총선 판도를 좌우할 인사는 바로 한동훈 비대위원장이다. 한 위원장은 비대위원장 직을 수락한 후 총선 불출마를 선언하며 대대적인 인적쇄신을 예고했다. 한 위원장은 최근 자신보다 두살 적은 초선의 김형동(안동·예천) 의원을 비서실장에 임명했고, 비대위 구성과 주요 당직 개편에서 20·40대를 기용하며 세대교체에 방점을 두고 있다. 이는 자신의 기조에 맞춰 컷오프 칼날을 휘두를 수 있는 인사에게 공천관리위원장을 맡길 가능성이 크다.
관건은 국민의힘 TK의원들에 대한 물갈이 폭이다. 총선 불출마를 선언한 한 위원장이 세대교체에 방점을 둠에 따라 국민의힘 텃밭인 TK의 물갈이는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미 국민의힘 당무감사위원회가 지난해 11월 253곳 중 46곳의 당협위원장이 활동에 문제가 있다며 컷오프(공천 배제)를 권고한 데다 혁신위도 중진 및 친윤 험지 출마 또는 불출마 등을 요구했다. 여기에 TK의원 다수가 포함된 것으로 전해지면서 TK의원들에게 희생을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
지역 정가에서는 TK의원을 대거 컷오프시킬 것이란 전망까지 나올 정도다. 이에 TK의원들은 살얼음판을 걷고 있다. 국민의힘 홍석준(대구 달서갑) 의원은 “대구뿐만 아니라 전 지역에서 불안하지 않다고 하는 의원은 거짓말일 것”이라며 TK정치권 분위기를 전했다.
TK물갈이에 대한 갑론을박이 한창이다. 현역의원들은 ‘정치 신인으로 교체하다 보니 다선 의원의 부재가 크고, 각종 지역 현안 및 사업을 챙기고 새로운 사업을 끌어오기에 힘이 부친다’며 물갈이론에 반대하고 있고, 예비후보들은 ‘의원들이 중앙 정치무대에서 존재감을 보여주지 못했다’며 ‘물갈이를 해야만 정치 지형이 바뀌었다는 것을 체감할 수 있다’고 맞선다.
이에 대해 (주)에브리리서치 김종원 대표는 “올해 총선의 중요 변수는 기득권, TK 등 영남권 주축을 789세대로 어느 정도 물갈이 하느냐가 관전포인트”라며 “TK지역 공천 물갈이 폭도 역대 최대가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실제 국민의힘 텃밭인 TK는 역대 선거에서 초선과 다선을 가리지 않고 갈아치웠다. 지난 21대 총선 때에도 TK의원 교체율은 64%에 달했다. 20대 총선 때는 대구 75%, 경북 46%였다.
김 대표는 그러면서 “세대교체도 좋지만 50∼60대 장년층에 대한 역차별도 해선 안 된다”며 “능력과 소신을 가진 사람들이 경선할 수 있도록 지역 유권자들에게 공천권을 주는 혁신적인 공천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보수진영 개편…이준석 신당, TK바람 일으킬까
보수 일색의 지역 구도 완화 여부도 관심사다. TK는 보수 진영의 핵심이다. 지난 총선에서 국민의힘이 25개 지역구를 싹쓸이한 점이 이를 방증한다. 특히 TK지역의 지지를 등에 업으면 원내교섭단체(소속 국회의원 20인 이상 정당)를 구성할 수 있을 뿐 아니라 담박에 보수 주류로 떠오른다. 이런 가운데 이준석 전 대표의 국민의힘 탈당과 이 전 대표가 주도하는 가칭 ‘개혁 신당’이 TK총선 구도를 뒤흔들 변수가 될 지, 찻잔 속 태풍에 그칠지도 관심이 쏠린다.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 운영과 수직적 당정 관계 등을 비판하며 국민의힘을 탈당한 이 전 대표는 “영남에서 승부를 봐야 한다”고 했다. 이에 따라 TK를 중심으로 보수층 끌어안기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지역 의원들의 동참 여부 및 세 확산 등 지역 총선 판도 변화도 지역 정치권의 최대 화두로 떠올랐다. 개혁 신당이 출범하면 TK지역은 국민의힘, 개혁 신당, 더불어민주당으로 나눠진다. 특히 개혁 신당의 세 확산 여부에 따라 TK총선은 수도권 못지 않은 치열한 선거전이 펼쳐질 전망이다. 이에 국민의힘은 TK지역에 상당한 공을 들일 것으로 보인다. 한 위원장은 2일 대구 엑스코에서 열리는 대구시·경북도당 합동 신년 인사회 일정을 소화한다. 윤석열 대통령도 탄핵이라는 악연으로 얽혀 있는 박근혜 전 대통령을 잇따라 만나면서 관계 개선에 나서고 있다. TK지역에 친박인사들이 총선에 출마할 경우를 대비해 TK민심을 다지고 지지층 결집을 위한 행보로 읽힌다.
특히 TK의원들은 이 전 대표의 탈당과 신당 창당에 당장은 그 여파가 미미할 것이라고 관측하면서도 추이를 유심히 살피고 있다. TK의원들은 “이준석 신당에 가세할 의원이 없다”며 찻찬 속 태풍에 불과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실제 법무부 장관 시절부터 인지도가 높았던 한 위원장이 정치에 데뷔하자 이준석 신당에 대한 관심도가 줄어들었다. 반대로 국민의힘에는 후원금이 쇄도했고, ‘천아용인’의 일원인 김용태 전 최고위원도 국민의힘 잔류를 선택했기 때문이다.
다만 다가오는 공천 국면에서 정치적 입지가 불안한 TK의원들이 개혁 신당에 합류할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안철수 의원이 이끌었던 국민의당에 지역 기반이 확실한 현역의원들이 합류하면서 20대 총선에서 호남 의석 대부분을 석권해 ‘안철수 바람’을 일으킨 바 있기 때문이다. 지역 정치권 관계자는 “한 비대위원장 공천 학살이 시작되면 이에 반발한 TK의원들이 개혁 신당으로 갈 수 있다. 그러면서 원내교섭단체가 구성돼, 총선에서 기호 3번을 받을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지역에서 30%의 지지율을 확보하고 있는 민주당도 보수 진영 분열을 틈타 국민의힘을 압박하며 TK지역에 바짝 다가설 공산이 크다. 특히 TK정치권에서 잔뼈가 굵은 야권 인사들이 출마 채비를 하고 있다. 나아가 야권 거물급 인사들의 TK출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실제 민주당 비주류에서는 이재명 대표의 고향인 안동에 출마하라는 요구가 나오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 대표가 권역별 병립형 비례대표제로 여당과 선거제 합의를 한 뒤 영남권 비례대표로 출마할 수 있다는 말도 나온다.
△지역 대표할 대권 주자 판가름 날 듯
TK지역 총선 결과는 대권주자들의 향후 입지에 영향을 미친다. 가장 큰 관심사는 지역 출신은 아니지만 국민의힘을 이끌고 있는 한 위원장이 지역민들로부터 ‘지역 대표’ 대권 주자로 인정받을 수 있을 지 여부다. 한 위원장이 이번 총선을 통해 TK지지를 확보한다면 제1여당의 대선주자로 발돋움할 수 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윤 대통령이 지난 대선에서 대구와 경북에서 각각 75.14%와 72.76%의 높은 지지율을 기록한 바 있다”며 “총선에서 승리한다면 한 위원장 역시 윤 대통령 만큼의 성원을 받아, 대선 가도에도 탄력이 붙을 수밖에 없다”고 전망했다.
이밖에 지역 출신 대선주자들의 성적에도 이목이 쏠린다. 야권을 이끌고 있는 이 대표가 총선 승리를 이끈다면 유력한 대권후보로 평가받을 수 있다. 또 홍준표 대구시장, 유승민 전 의원도 총선 결과에 따라 정치적 입지가 달라질 수도 있다.
△ TK선거구 일부 변화 불가피
TK선거구도 관심사 중 하나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에 제출한 획정안에 따르면 군위·의성·청송·영덕은 의성·청송·영덕·울진으로, 대구 동구을은 동구·군위을 선거구로 구역 조정이 이뤄진다. 다만 국회 정개특위의 최종 결정이 나올 때까지 유권자와 출마자들의 혼선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지난달 12일부터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됐음에도 자신이 어느 지역구에서 뛸 지 모르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나아가 의원 선거구 획정위가 경북 선거구 전체판을 흔들어, 혼란을 더 가중시킬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온다. 선거법에는 선거일 1년 전에 선거구를 획정하도록 규정돼 있지만 이미 법정 시한을 한참 넘겨 ‘깜깜이 선거’나 다름없다. 지난 21대 총선 때도 여야는 선거를 한 달여 앞두고 선거구를 획정한 바 있다. /박형남·고세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