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방파제 사망사고 발생 시 관할 해수청장 구속 가능성 쟁점<br/>포항 영일만항·부산 오륙도 등 대표명소 폐쇄예고에 갈등 고조
중대재해처벌법 때문에 전국의 유명 바다낚시명소 방파제들이 폐쇄 여부로 몸살을 앓는 등 아우성이다.
포항지방해양수산청은 지난해 9월 포항시에 공문을 보내 ‘국민생명보호와 공공안전 증진을 목적으로 영일만항 북방파제를 폐쇄할 예정’이라는 방침을 전달했다.
지난 2005년부터 약 20년간 북방파제를 운영해 온 포항해수청의 갑작스러운 폐쇄 입장의 이유는 중대재해처벌법(이하 중대법) 때문.
향후 북방파제 낚시터에서 사망자가 발생할 경우 관할 관청 기관장이 구속될 수 있는 점이 쟁점으로 부각된 것.
시는 민원을 우려해 폐쇄 반대 의사를 밝힌데 이어 지난 24일 지역 주민 의견을 취합, 반대 의견을 해수청에 전달했다.
30일 현재 북방파제 폐쇄 문제는 포항해수청과 포항시청, 지역민들이 대립하는 가운데 문제 해결의 가닥을 잡지 못하고 있다.
중대법 때문에 혼란을 겪고 있는 전국의 유명 바다낚시터는 한 두 곳이 아니다.
울산신항 남방파제(1단계)의 경우 중대법이 시행된 2022년 1월 1일부터 내측 친수시설(1천137m) 운영이 중단됐다.
이곳 친수공간은 길이 500m 이상 대형 방파제에 해당돼 ‘공중이용시설’로 분류, 중대법 대상이다. 울산항만공사는 중대법이 시행되자 ‘낚시꾼들의 실족·추락사고가 지속적으로 발생한다’고 판단, 운영을 중단한 것.
울주군 온산읍 이진리 앞 바다에 위치한 울산신항 남방파제는 지난 2010년 전국 최초로 낚시터와 데크 등 친수시설로 조성, 주말이면 하루 평균 200여명이 방문하고 있다.
폐쇄 당시 지역 주민들은 ‘폐쇄 반대’국민청원에 나서는 등 심하게 반발했으나 결국 무위에 그쳤다. 이곳 폐쇄 9개월 뒤 인근의 바다낚시 명소인 울산 동방파제도 같은 이유로 폐쇄됐다.
중대법 때문에 방파제 일부만 폐쇄하는 ‘고육지책’을 내놓은 곳도 있다.
전북 부안군 격포방파제의 북방파제는 외항 쪽 일부 구간만 2022년 5월 폐쇄됐다.
격포방파제는 북방파제 610m 구간, 남방파제 380m 구간으로 이뤄져 있는데 중대법 시행 후 사고가 빈번한 외항 쪽의 테트라포드 지역은 출입을 통제했다. 때문에 현재 이곳은 내항 쪽 석축 부근에서만 낚시를 즐길 수 있다. 남방파제는 길이가 500m 이하여서 중대법 대상이 안 되기 때문에 낚시객 이용이 가능하다.
격포방파제에서는 우럭·노래미·숭어·학꽁치·감성돔·갈치·붕장어 등이 많고 인근에 채석강·적벽강·부안댐 등 관광지가 있어 낚시객뿐만 아니라 관광객에게도 인기가 많다.
부산의 바다낚시 명소인 오륙도 방파제 역시 심한 진통을 겪고 있다.
중대법 때문에 폐쇄 여부를 고민 중이지만 지역 주민의 반발로 부산해수청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
이곳 방파제가 폐쇄되면 하루 1천명 이상 방문하는 낚시꾼들이 사라져 지역 경제에 상당한 후폭풍이 우려되기 때문이다.
오륙도 방파제는 부산 남구 신선대와 오륙도 인접 해상에서 영도구 방향으로 일자형으로 뻗은, 길이 1천4m 구간의 부산 대표적인 방파제 낚시터다.
방파제가 규모가 커서 사계절 낚시를 즐길 수 있고, 크고 다양한 어종이 있기 때문에 전국적인 특급 낚시터로 평가된다. 감성돔, 벵에돔, 학꽁치, 망상어, 볼락, 삼치, 전갱이, 농어, 갈치, 부시리 등이 주요 어종이고 간혹 초대형 광어나 감성돔, 쥐노래미, 농어가 낚여 화제가 되는 곳이다.
해양수산부 관계자는 “중대법 처벌 대상 방파제는 안전사고 예방을 위해 폐쇄 조치는 불가피하다”면서도 “실정법과 지역의 현실을 감안, 조율하는 노력도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한편 중대법은 길이 500m 규모 이상인 대형 방파제는 안전사고가 발생할 경우 관할 기관장이 1년 이상의 징역 또는 10억원 이하의 벌금을 내야 한다. 사망자가 발생할 경우 기관장은 구속된다.
/장은희기자 jangeh@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