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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까지 막말 설전·네거티브… ‘정책’은 없었다

고세리기자
등록일 2024-04-09 20:14 게재일 2024-04-10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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野 ‘윤석열 정권 심판론’에 사활, 與 ‘이·조 심판론’으로 맞불<br/>여야 지도부 선거 막판 지지층 결집 위해 비방 전략 고집한듯<br/>인물·정책 현안 실종에 ‘향후 중도층에 외면받을 것’ 분석도<br/>경산 조지연-최경환, 경주 김석기-김일륜도 막판까지 공방

제22대 총선의 날이 밝았다. 이번 선거도 마지막까지 인물과 정책 현안보다는 네거티브 공세와 상호 비방이 주를 이뤘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이번 총선이 윤석열 정부의 중간평가 성격을 띄다보니 야당은 ‘정권 심판론’에 사활을 걸었고 여당은 ‘이·조(이재명·조국) 심판론’으로 맞불을 놓으며 서로 심판하겠다는 주장만 내세워 유권자의 피로감을 높였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선거 분위기도 과열돼 선거 직전까지 상대를 향한 비방 수위도 갈수록 거세졌고, 전날인 9일에도 여야는 거침없이 설전을 주고받았다.

이날 대장동 재판에 출석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유튜브에서 “국민의힘의 엄살 작전, 읍소 작전에 또 흔들려서 그들한테 혹시 과반을 넘겨주는, 우리가 민주 개혁세력이 과반을 지키지 못하는 그런 상황이 생길 수 있다는 걱정 때문에 국민 여러분께서 많이 투표해주시길 부탁드린다”며 “나라를 망친 국민의힘이 책임을 져야 마땅한데도 다시 또 그들에게 기회를 주자는 움직임이 사실 있고, 실제로 그게 현실적으로 이뤄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를 두고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은 이 대표를 향해 “죄를 짓고 자기를 지켜달라고 한다”고 꼬집었다. 한 위원장은 이날 서울 중·성동, 동대문 등 유세에서 “이 대표는 서초동 법원에 가 있다”면서 “죄짓고 재판받는 사람이 법원에 가서 후보자들 이름 불러가며 선거운동을 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법정 앞에서 이 대표가 눈물을 보였다고 한다”며 “그건 자기 죄에 대한 반성의 눈물이 아니라, 국민들에게 자기를 살려달라고 영업하는 눈물”이라고 비꼬기도 했다.

여야 수장의 이러한 비방 전략은 선거 막판 지지층 결집을 위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선거 기간 내내 극단적 대결 구도가 이어졌던 만큼 인물과 정책 현안보다는 상호 비방에만 초점이 맞춰져 중도층에게 오히려 외면받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러한 선거 분위기는 지역에서도 마찬가지였다. 특히 ‘보수 성지’인 대구·경북(TK)에서는 공천이 곧 당선으로 여겨지면서 이렇다 할 선거 분위기가 형성되지 않았다. 중앙당이나 지역구 후보들의 눈에 띄는 지역 정책공약도 거의 전무했다는 평가다.

국민의힘 한동훈 비대위원장은 최근 대구를 방문해 “나라가 여기까지 오는데 위기가 있었지만, 그때마다 대구·경북이 대한민국을 지켰다. 대구·경북이 지금의 위기에서 대한민국을 지켜달라”고 읍소했다. 그러면서 “결집해 주시라. 모두 뭉쳐달라”며 호소했으나 어떠한 지역 공약이나 정책 공약을 내세운 것은 하나도 없었다. 국민의힘이 이번 총선 슬로건으로 ‘국민의힘이 합니다. 지금! 합니다’를 내걸었음에도 사실상 지역발전 등은 뒷전인 셈이다.

여기에 후보간 상호 비방전만 더욱 거세져 구태가 재연되고 있다. TK최대 격전지인 경산에서는 선거 전날까지 국민의힘 조지연 후보와 무소속 최경환 후보 간 이전투구(泥田鬪狗) 분위기가 이어졌다. 최 후보 측이 조 후보의 경력 사항 공시에 대해 선관위에 이의제기를 했고, 선관위는 조 후보가 선거 공보에 ‘3급 상당 행정관’을 ‘3급 행정관으로 근무’라고 게재한 내용이 사실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결정을 내렸다. 조 후보 측은 이에 반발해 ‘관례이자 상식에 부합하는 호칭’이라며 보도자료를 배포하고 선관위의 결정에 유감을 표했다. 이전에는 유세 현장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에 대해 공방을 벌이거나 서로 상대측이 “선거법을 위반했다”며 공격하기도 했다.

경주에서는 무소속 김일윤 후보가 자신에 대한 인신비방과 허위사실을 유포한 혐의로 국민의힘 김석기 후보를 고발했다. 지난 2일에는 영천공설시장에서 민주당 이탄희 의원이 지역에 출마한 후보를 지원유세 하던 중 국민의힘 선거캠프 관계자가 유세차량에 난입해 선거운동을 방해하고 몸싸움을 벌였고, 영천시선관위는 선거운동을 방해한 혐의로 선거사무장 A씨를 고발했다.

이에 지역 민심은 더욱 흉흉한 분위기다. 아직 윤석열 정부 임기가 3년 이상 남았음에도 여당 후보들의 지역 발전을 위한 어젠다가 부족하다는 지적이 이어지면서 지역민의 실망이 갈수록 커지고 있는 것이다. 한 시민은 “선거 직전 분위기보다 공천 기간 동안이 차라리 더 선거 같았다”며 “항상 똑같은 선거를 보다보니 이젠 지역구 선거보다 비례 정당에 관심이 더 쏠린다”고 토로했다.

/고세리기자 ksr1@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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