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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또 터졌네 ”, 포항서 대규모 전세사기

이시라기자
등록일 2024-04-25 20:25 게재일 2024-04-26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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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이·대도·덕산동 일대서 전세사기 의심 사건… 12가구 10억 피해<br/>‘바지 집주인’ 내세운 사건도… 임차인 7명으로부터 수억원 가로채<br/> 피해 규모 크고 시기·장소 집중 ‘카르텔’ 추정… 적극적인 수사 요구

속보 = 최근 포항에서 발생한 300억원대 전세사기 사건<본지 지난 5일자 5면 등>에 이어 대이동과 대도동, 덕산동 일대에서도 수십억원대 전세사기 의심 사건이 터졌다.

전세사기 피해 규모가 크고 시기·장소가 집중된 점으로 미뤄 전국적인 ‘전세사기 카르텔’의 조직적인 움직임으로 추정, 검·경의 적극적인 수사가 요구된다.


25일 본지 취재에 따르면 임차인 A씨는 지난 1월 31일 대이동에 위치한 오피스텔에 입주한 뒤, 일주일 만에 집이 경매로 넘어가는 피해를 입었다.


입주 전 임대인 B씨와 공인중개사는 “연체된 빚이 없는 안전한 집”이라며 A씨를 안심시켰다. A씨는 입주 일주일 전 등기부등본을 확인한 후 계약기간 2년, 보증금 8500만원에 전세 계약을 맺었다. 4주 뒤 A씨는 ‘건물이 경매에 넘어간다’는 법원 안내장을 받았다. 사실 확인 결과 임대인 B씨는 지난해 11월부터 대출 이자를 갚지 못해 은행 빚 독촉에 시달렸으나, 이를 숨긴 채 A씨와 전세계약을 맺은 것.


B씨와 전세계약을 체결한 임차인들은 모두 12가구, 피해금액은 10억2000만원으로 알려졌다.


임대인 B씨가 소유한 덕산동 다세대주택도 지난 2월 6일 경매에 넘어간 것으로 확인됐다. 이 건물에는 임차인 6∼8가구가 입주, 전세금 피해 규모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최근 ‘바지사장’집주인을 내세운 후 임차인 7명으로부터 전세금 수억원을 가로챈 전세사건도 포항에서 터졌다.


임차인 C씨는 지난 2020년 해도동 투룸형 빌라에 전세금 7천만원을 주고 입주했으나 4월 중순 계약 만료일이 지났음에도, 퇴실을 하지 못하고 있다.


C씨는 지난달부터 임대인에게 수십 차례 연락했으나 연락이 되질 않았다. 이 빌라는 지난 1월 임의경매가 진행됐고, 3월에는 임차인들에게 배당요구 통지서가 전달됐다.


C씨는 “임대인이 계약 당시 ‘나는 명의만 집주인일 뿐, 실소유주는 따로 있다’고 말했다”면서 “최근에는 ‘실소유주와 연락이 끊겼다’고 주장했다”며 분통을 터트렸다. 또 다른 피해자 D씨는 “올 초 입주 할 당시 공개중개사가 ‘빌라 건물이 2차례 경매에 붙여진 사실’을 숨겼다”고 하소연했다.


지역 부동산 업계는 바지사장과 공인중개사가 개입된 전세 사기 수법을 분석해 볼 때 법의 틈새를 이용, 지능적이고 조직적인 범행으로 보고 있다.


E공인중개사는 “전세사기 총책 아래 임대인, 임차인 모집책, 공인중개사 등이 공모해 사건을 기획하고 진행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특히 공인중개사가 범행의 중간 허브 역할을 하면서, 피해 규모가 급증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현재 포항 전세사기사건 대부분은 집주인이 저금리 당시 전세와 대출을 낀 갭투기로 건물 수십 채를 사들인 후 금리가 오르자 빚을 감당 못해 파산하는 형식으로 진행되고 있다. 이럴 경우 임차인들은 전세금을 날리게 된다.


이 과정에서 임차를 알선한 공인중개사는 건물 경매 후 집주인과 함께 잠적하는 수순을 밟고 있다.


포항전세사기 피해대책위원회 한 관계자는 “전세사기 피해자 대부분은 사회 경험이 적은 타지역 출신 20·30대”라며 “전세사기 카르텔은 검·경 수사에 대비, 전문 변호사와 대응책까지 공유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시라기자 sira115@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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