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책위 접수 피해자 300명에 달해<br/>“전세 특성상 잠재적 피해자 늘 것”<br/> 일부 피해자들은 극단적 시도도<br/>“사기범 카르텔 형성 법 맹점 이용”<br/> 잇단 피해 검·경 적극적 수사 절실
포항에서 모두 300억원대 전세사기로 추정되는 피해사례가 속출하고 있어 적극적인 검·경 수사가 절실하다.
최근 수년간 포항지역을 전국적인 점조직으로 추정되는 ‘전세사기 카르텔’이 휩쓸면서, 피해자 300여명 가운데 일부는 극단적인 선택을 시도하는 등 전세사기 후유증이 심각하다.
포항지역전세사기피해대책위원회는 4일 “지난달 말 포항시 접수 피해자 수는 64명이었으나, 현재 대책위에 접수된 수는 무려 300여명에 달한다”면서 “개인당 평균 피해액은 1억원 안팎으로 전체 피해 규모는 300여억원에 이른다”고 밝혔다.
이어 “전세 기간이 남아 본인이 피해자인지도 모르는 경우도 많을 것”이라면서 “그런 ‘잠재적 전세사기 폭탄’까지 더하면 피해자 수는 더욱 늘어날 것”이라고 우려했다.
대책위가 밝히는 전세사기수법은 깡통전세, 노숙자 등 가짜 집주인과의 임대차 계약 내지 이중계약 등이다.
피해자 A씨는 “오천읍의 매매가 5천만원 빌라를 전세금 1억원에 임대했다”면서 “하지만 얼마뒤 집주인이 부도를 내면서 빌라가 경매에 넘어 갔다”고 울분을 터트렸다.
또 다른 피해자 B씨는 “양덕동 아파트 임대차계약을 맺으면서 공인중개사와 집주인이 ‘문제가 없다’는 말만 믿고 등기부등본을 직접 확인하지 않았다”면서 “하지만 수개월 뒤 아파트가 경매에 넘어가면서 집주인이 가짜로 드러났다”고 말했다.
가짜 집주인과 임대차계약을 맺은 B씨는 전세금 1억원을 모두 날렸다.
이외에도 아파트 이중 계약, 여기에다 페이퍼 컴퍼니와 깡통전세, 노숙자 가짜 집주인 등의 수법이 중복적으로 활용되면서 피해 규모가 더욱 늘어났다.
대책위 한 관계자는 “전세 사기범들은 임대인 고의 부도, 노숙자 만세 부르기, 공인중개사 미필적 고의 등을 이용해 법망을 피해가고 있다”면서 “처음부터 임대인과 공인중개사가 ‘짜고 치는 고스톱’을 벌이면서 많은 임차인들이 피해를 입었다”고 했다.
피해자 C씨는 “집주인·공인중개사 모두 경찰에 고소했으나 공인중개사는 ‘몰랐다’고 잡아 떼면서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면서 “임대인에 대한 경찰 수사는 진행 중이지만 재산이 없어 전세금을 돌려 받기는 어려울 것 같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대책위는 “피해자 대부분은 외지인으로, 상대적으로 재산이 많지 않은 20∼30대”라고 밝혔다.
포항전세사기대책위원장 A씨는 “피해 발생 집주인들의 주소 역시 경기도 구리시와 충남 보령시, 제주도 등으로 대부분 외지였다”면서 “이들은 지역을 잘 모르고 부동산 관련 전문 지식이 부족한 젊은 층들을 범행 대상으로 삼았다”고 설명했다.
지역에 전세 피해자가 급증하면서 지난달에는 피해자 D씨가 자신이 살던 원룸에서 유서를 작성한 후 극단적인 선택을 했으나 다행히 목숨을 건졌다.
D씨는 “전세금 1억원은 지난 10년간 한푼 두푼 모은 피 같은 돈”이라며 “전세금을 돌려 받기 위한 증거 수집 과정이 너무 어려운, 암담한 현실에 부딪혀 있다”고 긴 한숨을 쉬었다.
최근 포항북부경찰서에도 죽도동 다가구주택 전세사기 피해자 20명의 고소장(피해금액 20여억원) 접수가 잇따르고 있다.
고소인들은 “집주인과 1억원대의 임대차 계약을 맺었으나 임대인이 잠적,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포항의 한 부동산 전문가는 “건축주와 브로커, 대출상담사 등 수십 명이 한팀이 돼 움직이는 전국 규모 전세사기 조직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이들은 다른 조직과 카르텔을 형성, 정보를 공유하며 법의 맹점을 이용한다”고 말했다.
한편 포항전세사기대책위에 따르면 지역에서 피해가 많은 지역은 오천읍 100여가구, 대잠동 40가구, 죽도동 20가구 순이었고 양덕·해도·상대·대도동 등지에도 상당한 피해가 발생했다.
/이시라기자 sira115@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