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안 심각성엔 한뜻… 폐기물 저장용량 놓고 여전히 이견<br/>특검법 등 쟁점법안 산더미에 5월 국회 통과 될 지 미지수
5월 예정된 제21대 마지막 임시회를 앞두고 여야가 그동안 지지부진하던 ‘고준위 방폐물 관리 특별법’(고준위방폐물법) 처리에 공감대를 형성했다. 이에 따라 내달 임시국회에서 고준위 방폐물 처리장 설치의 제도적 기반이 마침내 마련될 수 있을지 주목받고 있다.
고준위방폐물법은 원전 가동 과정에서 나오는 사용후핵연료(고준위 방사성폐기물) 영구 처리 시설을 만들기 위한 법안으로, 경북에서는 울진 한울원전이 2031년, 경주 월성원전은 2037년, 신월성원전은 2042년에 사용후핵연료 저장시설이 포화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25일 정치권에 따르면 여야는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에 계류 중인 고준위 방폐물법과 ‘풍력발전보급촉진 특별법’(풍력법)에 대해 이견을 좁힌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여야 모두 방폐장이 필요하다는데 공감했으나 저장시설 용량을 두고 입장차를 보이면서 법안 처리가 미뤄졌었다. 친원전 정책 기조의 여당은 고준위방폐물법 제정에서 저장시설 용량에 대해 ‘원자로 운영 허가 기간의 발생 예측량’으로 하자고 했고, 탈원전 기조인 야당은 ‘설계 수명 중 발생 예측량’이 기준이 돼야 한다며 입장차를 좁히지 못했던 것이다.
방사성폐기물은 열 발생률과 방사능 농도에 따라 저준위, 중준위, 고준위 등으로 나뉜다. 현재 국내에는 지난 2005년 특별법 통과로 2015년 경주에서 운영이 시작된 중·저준위 방폐장이 있다. 하지만 고준위 폐기물은 처리할 곳이 없어 원전 내 임시 저장시설에 보관하는 상황이다. 이마저도 한계에 도달해 2030년 한빛 원전을 시작으로 한울 원전, 고리 원전, 월성 원전 등 차례로 포화가 예상되며 원전 가동을 중단해야 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에 여야도 사안의 심각성을 고려해 고준위방폐물법 필요성에 뜻을 모은 것으로 해석된다. 저장용량 등을 두고는 아직 합의점을 찾지 못해 원내 지도부에 협상을 일임하기로 했다.
다만, 현재 산적한 주요 쟁점 법안으로 인해 내달 고준위방폐물법이 실제로 처리될 수 있을지는 아직 미지수다.
5월 임시국회를 앞두고 지난 23일 김진표 국회의장 주재로 여야 원내대표 간 회동을 가졌으나 쟁점 법안 처리로 대립하면서 임시회 의사일정과 안건을 합의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더불어민주당은 오는 5월 2일 본회의를 열고 ‘해병대 채상병 사망사건 외압 의혹 특별검사법’(채상병 특검법) 등 쟁점 법안들을 모두 처리하겠다고 벼르고 있는 반면, 국민의힘은 해당 법안을 안건에서 제외하지 않는다면 본회의 자체를 열 수 없겠다고 맞서고 있다. 오는 29일 다시 한 번 정례 오찬 회동에서 논의를 이어가기로 했으나 여야 합의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한 상황이다. /고세리기자 ksr1@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