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오동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장 후보자에 대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인사청문회는 ‘아빠 찬스’와 관련한 질책과 변명이 반복됐다.
이날 청문회에선 오 후보자 딸이 재개발을 앞둔 성남시 땅과 건물을 어머니로부터 사들인 편법 증여 여부, 대학생이던 딸이 후보자 지인의 로펌에서 사무 보조 아르바이트를 한 경위, 배우자가 오 후보가 근무하는 로펌의 운전기사로 채용됐다는 의혹 등이 도마 위에 올랐다.
특히 국회가 오 후보자로부터 명확한 해명을 듣거나 필요한 자료를 제출받지 못해 ‘맹탕 청문회’로 전락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더불어민주당 전용기 의원은 이날 청문회에서 “후보자는 판사를 하셨고 성동세무서 국세심사위원으로 근무한 세법에 일가견 있는 분”이라며 “그러나 자녀에게 재산을 넘기는 과정에서 여러 찬스를 동원했고 이는 편법과 조세 회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에 오 후보자는 “결과적으로 세금이 절세된 부분에 대해 특히 ‘아빠 찬스’ 부분에 대해 국민의 눈높이에 비춰 송구하게 생각한다”고 사과했다.
이어 오 후보자는 세대 분리를 통한 편법 취득세 절세 의혹에 대해 “관리처분계획 인가를 앞두고 자녀에게 급하게 부동산을 매매했다”며 “자녀의 경제적 독립을 위해 제가 아르바이트를 하도록 부탁한 부분 등 국민 눈높이에 안 맞는 부분에 대해 송구하다”고 거듭 사과했다.
아울러 “자녀의 취업과 관련해 ‘아빠 찬스’로 보이는 부분은 자녀가 열심히 근무한 것은 맞지만,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민주당 박용진 의원은 “‘아빠 친구 찬스’를 통해 법무법인 두 곳에서 딸이 근무했다”며 “업무 인트라넷 등 재택 근무 여건이 갖춰지지 않은 곳에서 딸이 어떻게 근무를 했다는 것이냐”라고 따졌다.
오 후보자는 답변을 통해 “자녀의 근무 실태에 대해 자세히 알지 못하지만, 제가 청년들한테 박탈감을 준 점에 대해 깊이 송구하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오 후보자는 지난 2004년 이근식 열린우리당 서울 송파병 선거구 국회의원 후보자에게 300만원을 후원하면서 직업을 자영업으로 기재했다는 논란과 관련 “오래된 일이라 기억하지 못하지만, 제가 아니라 실무자가 그렇게 기재한 게 아닌가 싶다”고 답변했다.
여기에다 지난 2021년 12세 아동을 강제추행한 의붓아버지를 변호하면서 ‘피해자의 어머니가 이혼 및 재산분할 소송에 이용하려는 의도로 사건을 조작했다’고 주장했다는 논란에 대해 “2차피해를 입은 피해자가 있다면 송구하다”고 밝혔다.
또 “기본적으로 피고인의 이익을 위해 변론을 하다보니 벌어진 일”이라며 “실체적 진실을 다 알지 못하는 상태에서 일방 피고인의 이익을 대변하다보니 벌어진 일로 양해를 부탁드린다”고 덧붙였다.
여야 의원들의 송곳 질의가 이어졌지만 오 후보자가 자료 제출을 상당수 거부하면서 맹탕 청문회 논란이 일었다.
이날 오전 김영배·박주민·박용진 의원이 오 후보자 가족과 관련한 자료 제출을 요구했지만 오후 청문회에서도 관련 서류 제출은 이뤄지지 않았다.
오 후보자는 “위원들의 요청에 대해 배우자 교통 사고 확인·보험금 지급내역 확인서, 교통사고 지급 결의 등은 제출했고 나머지는 시간과 기타 이유로 준비하지 못했다”고 해명했다.
/김영태기자 piuskk@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