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잡해진 향후 정치 시나리오<br/>국힘 이탈 17표 넘어야 재의결<br/>28일 국회 본회의 통과 어려워<br/>고준위 방사성폐기물 관리법 등<br/>다른 민생법안까지 줄폐기 우려
윤석열 대통령이 채상병 특검법에 대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하면서 향후 정치 시나리오는 복잡해질 전망이다. <관련기사 3면>
윤 대통령이 취임 후 거부권을 행사한 건 이번이 6번째이며 법안 수로는 10건째다.
정치권에선 거부권 남용에 유감이라는 입장과 입법 폭주를 막기 위한 당연한 처사라는 의견으로 엇갈린다.
채상병 특검법은 지난 2일 국회 본회의에서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 단독으로 통과된 뒤 7일 정부로 이송된 이후 14일 만에 거부권이 행사된 셈이다.
해당 법안은 21대 국회 마지막 본회의가 열리는 오는 28일 재의결 절차를 남겨두고 있다.
민주당을 비롯해 조국혁신당, 개혁신당, 진보당, 새로운미래, 기본소득당, 정의당 등 야 7당은 모두 특검 도입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국민의힘 반대가 완강해 재의결 요건인 재석의원 3분의 2를 넘기에는 어려울 전망이다.
재적의원 295명이 표결에 참여할 경우 197표를 얻어야 가결되기 때문에 야권 의석수(180석)에 더해 국민의힘 이탈표가 17표 이상 발생해야 가능하다.
국민의힘이 성공해 재의결이 부결되면 채상병 특검법은 21대 국회에서 폐기된다.
이 경우 민주당은 22대 국회 개원 즉시 1호 법안으로 재추진할 방침이어서 야권의 공세는 더욱 거세질 수밖에 없는 형국이다.
22대 국회에선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더라도 192석을 확보한 범야권에 더해 국민의힘에서 8표가 이탈하면 재의결이 가능해진다.
안철수 의원 등 일부 당선자들은 특검 찬성 입장을 밝혀왔기에 가능성 여부에 이목이 쏠리는 부분이다.
국민의힘이 표 단속에 나서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정치 전문가들은 대부분 채상병 특검법을 수용해야 한다고 말하지만, 여당 측에서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공수처)에서 수사 시작 단계라며 무작정 채상병 특검법을 통과시키는 건 ‘입법 폭주’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특히 이번 채상병 특검법을 둘러싼 여야 정쟁이 뜨거워지면 막판 처리에 실낱 희망을 걸고 있는 민생 법안들이 대거 폐기될 수 있다는 우려까지 제기되는 상황이다.
채상병 특검법이 21대 국회의 마지막 임시회를 온전히 장악하면서 상정된 민생 법안들은 좌초될 가능성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
가장 대표적인 민생법안으로는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관리 및 유치 지역에 관한 특별법’과 ‘산업 기술의 유출 방지 및 보호에 관한 법률’ 등이다.
연금 개혁도 별다른 관심을 받지 못하고 22대 국회로 넘어갈 가능성이 크다.
특검법이 불러온 ‘나비효과’가 총선 이후 앞으로 여야 정국도 시계 제로 상태로 빠져들 단초를 마련할 우려가 크다는 지적이다.
민주당은 범야권과 함께 25일 서울 도심에서 대규모 장외집회를 개최하는 등 공동행동에도 나설 방침이다.
지난 21일 선출된 개혁신당 허은아 대표까지 채상병 특검법에 찬성한다는 입장을 내면서 21대 국회 막바지 정국은 거의 급랭모드로 접어든 상태다.
국민의힘 추경호 원내대표는 21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여소야대 상황에서 야당이 일방적 독주를 하고 입법 권한을 남용해 행정부의 권한을 침해할 경우 최소한의 방어권이 재의요구권”이라며 “미국의 조 바이든 대통령도 거부권을 11번 행사한 바 있고 최근 이스라엘 안보 원조 지지 법안 역시 거부권 행사를 예고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형남기자 7122love@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