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 엔드레 (한경민 옮김)
길을 떠난다, 가을 속으로 간다,
비명 지르고, 흐느끼고, 뒤쫓으며,
우리 두 마리 참매는 지친 날개로.
여름의 새로운 도둑들이 있다,
참매의 새로운 날개들 푸덕거린다,
입맞춤하는 너희들의 부딪침은 격렬하다.
우리는 여름으로부터, 쫓겨 떠나간다,
가울 속 어딘가에서 멈추어 서,
깃털을 곤두세우고, 사랑에 빠진 채로.
우리에게는 이것이 마지막 짝짓기,
서로의 살을 찢으며 속으로 들어간다
그리고는 가을 낙엽 위에 떨어진다.
20세기 초 활동한 헝가리 시인 어디 엔드레의 시. 여름의 사랑이 있다. 격렬한 사랑. “우리 두 마리 참매”도 그런 사랑을 했을 터, 하나 “새로운 도둑들이” 이 여름을 차지해버린다. 여름에서 쫓겨난 ‘우리’는 “가을 속 어딘가에서 멈추어” “깃털을 곤두세우고” 사랑을 한다. 겨울을 앞에 둔 “마지막 짝짓기”를. 그것은 “서로의 살을 찢으며 속으로 들어”가는 사랑, 결국 “가을 낙엽”이 되어 떨어질 애달픈 사랑이다. <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