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만하
황갈색 가랑잎들은 멋대로 썰렁한 하늘을 헤매는 것이 아니라, 하늘의 곡률대로 휘어지는 비탈 면 따라 움직이는 정확한 기하학적 질서다.
멀리 하늘 끝 지긋이 노려보며, 나는 저물녘이 서서히 농도를 찾아, 내 몸 안에 피처럼 번지는 것을 느끼며,
내 몸을 떠나 빈 하늘 끝 헤치고 싶은 내 손바닥 한 자의 비어 있는 무게를 펼쳐본다.
어느덧 나의 실체는 두 팔 치켜들고 겨울 사상 중심에 서서 광물처럼 황량해지고 있는, 잎 진 한 그루 나무 회초리 끝 명석한 바람 소리였다.
“황갈색 가랑잎들”이 땅으로 떨어지는 여정은 “하늘의 곡률대로 휘어지는 비탈면”이라는, 어떤 질서의 노정을 따라 이루어진다. 자연의 ‘곡률’에 따를 때, 어쩌면 가장 자유로울 수 있다. 질서로부터 벗어남은 인간사에 의한 삶의 속박으로 곧장 전화되곤 하기 때문이다. 하여 “하늘 끝 헤치”며 남은 삶을 살고 싶다는 욕망은, 자연의 질서에 올라탐으로써 인간사의 속박으로부터 자유롭고 싶다는 욕망에 다름 아니다. <문학평론가>